후세 역사는 2018년 6월을 어떻게 기록할까. 지난주는 수십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초대형 사건이 무려 세 개나 터진 그런 시간이었다.

[다산 칼럼] '트럼프 리스크'와 살아가기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서방 정상들 간의 갈등과 반목을 그대로 보여준 한 장의 사진으로 역사에 기억될 듯하다. 국가 안보를 빌미로 수입 철강에 25% 관세폭탄을 투하한 트럼프가 불씨를 제공했다. 사진 왼편에는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 상체를 앞으로 내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트럼프를 노려보고 있고, 그 앞엔 팔짱을 낀 트럼프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다. 메르켈 주변에는 프랑스, 영국 정상이 서 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때 세계 정치와 경제를 조율하던 선진민주주의 시장경제국들의 연합인 G7은 트럼프와 다른 서방국가 간 반목의 장으로 변질돼 버렸다.

이번 G7 정상회의 개최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로부터 “나약하고 부정직하다”고 맹공을 당했다. 미국이 철강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캐나다도 맞보복을 할 수밖에 없다는 트뤼도의 기자회견을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보고받은 트럼프의 반응이었다. 미국의 최대 동맹국을 자처하는 캐나다는 졸지에 미국과 외교전쟁에 돌입하게 됐다.

미·북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공동선언문에도 없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발표했다. ‘전쟁놀이(war game)’라는 부적절한 단어의 선택, 그 훈련이 북한을 ‘자극’하는 ‘도발적’ 훈련이라는 북한 측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어처구니없음, 훈련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미국이 그 비용을 대고 있다는 저잣거리 셈법이 동원됐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대가로 얻어낸 것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북한 측 논리와 어법을 그대로 사용한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과연 그가 최고의 협상가가 맞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도 당사자이자 동맹국인 한국과는 한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중국 측의 이른바 ‘쌍중단’을 수용한 셈이다. 북한의 비핵화로 향한 첫걸음은 내디뎠지만 지도는 없는 여정이다. 그 여정에서 트럼프가 한국의 핵심 이익을 제대로 이해하고 끝까지 지켜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세 번째 초대형 사건은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폭탄을 투하한 것이다.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중국은 곧바로 맞보복을 선언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 무역전쟁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세 개의 사태에서 공통적인 것은 트럼프에게 동맹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불공정무역 문제는 동맹국과의 연합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명분도 있다는 논리는 트럼프에겐 그저 약자의 논리에 불과하다. 그는 미국이 가장 힘이 센 나라인 만큼 그냥 1 대 1로 상대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믿는다. 그에게는 동고동락의 기억을 가진 동맹, 그리고 미국이 주도해온 다자규범과 제도에 대한 생각이 없다. 그에게 동맹은 엄청난 무역수지 적자를 안겨주고 방위비 분담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무임승차꾼이란 인식밖에 없다.

트럼프는 동맹국인 캐나다를 조롱하고 한국의 핵심 안보 이익은 무시하면서도 정작 대통령 취임 후 내놓은 첫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미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지목한 중국·러시아의 최고 정치지도자들을 칭송하는 황당함을 연출했다. 급기야 뉴욕타임스엔 ‘독재자를 부러워하는 미국 대통령’을 우려하는 사설이 실리기에 이르렀다.

적과의 협상을 위해 동맹국과는 협의와 조율을 거치지 않는 트럼프의 행태는 그 자체가 심각한 리스크다. 한국은 그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철강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를 트럼프는 이제 자동차 수입에도 적용하려는 태세다. 만약 제2의 철강사태가 자동차 수출에서 발생한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부분을 양보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동맹의 유용함을 오로지 ‘돈’이란 잣대로 들이대는 트럼프의 셈법에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것일까. 한반도 일대 격변의 시기에 동맹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