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임금체계 바로 잡는 출발점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 개정법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번 산입 범위 개편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화해온 임금구조를 반영하기 위해 첫걸음을 뗀 것이다. 현재도 20%에 달하는 최저임금 영향률과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라는 여건 속에서, 노사 의견을 각각 일부 수렴한 묘안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장의 안착도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포함된 월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가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산입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산입 범위 조정에 대한 현장의 영향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보는 입장이 상이하다. 노동계는 산입 범위가 확대돼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고 본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 고율 인상된 최저임금 부담은 이번 법 개정으로 나아지지 않으며, 영세소상공인 현장에는 별도 수당이 없기 때문에 개정 영향을 전혀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는 입장이다.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것이기 때문에 연봉 2500만원 미만 근로자는 보호할 수 있고, 고임금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미치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산입 범위 조정을 우리나라 임금체계를 바로잡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임금은 매우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임금 명칭도 기업마다 다르다. 이는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온 문화다.

우리나라는 1987년 노조가 강해졌다. 1990년 한 자릿수 임금인상억제 정책 및 1992년 총액임금제에 따라 각종 수당 비중이 높아졌다. 한 자릿수 임금인상억제 정책에 따라 노사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수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담합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다른 수당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급보다 기타 수당을 늘리려 했고, 노조는 기존 수당 증액보다 새로운 수당을 신설해 업적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성과급이 변동성을 띠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정기적이고 고정적인 금액의 상여금이 자리 잡았다. 즉, 임금의 복잡성에 대한 책임은 노·사·정 모두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사 모두가 지금 당장은 손해보는 듯하더라도 임금체계를 바로잡는 대의가 필요하다.

어떤 수당이 노동 관련법에서 규정하는 최저임금, 평균임금,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는 명칭이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에 노동법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한 영세기업은 대부분 임금 산정 등 노무관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고의가 없음에도 노사가 얼굴을 붉히는 임금 체불이 발생하기도 한다. 복잡한 임금 구성의 단순화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최저임금제도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 명칭이 상여금인지 기본급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 임금은 인건비다.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고용비용이면 지급의 대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이상 모두 포함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은 이런 점에서 불합리함을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년간 노사가 만들어온 길 위에 처음으로 보수공사가 이뤄졌다. 지금은 그 길을 부정하기보다는 더 멀리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