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가대표답게, 대기업답게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오늘 개막한다. 경기를 보느라 밤잠을 설치겠지만,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조별 리그 상대인 스웨덴과 멕시코에 대비해 그들과 체격조건 및 기술이 비슷한 보스니아, 볼리비아 등과 평가전을 치르며 준비해왔다.

우리 국가대표팀이 동네 축구대회에 출전해 조기축구팀을 상대로 경기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영세한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막대한 자본과 브랜드를 앞세운 대기업을 상대로 같은 업종에서 경쟁한다면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단순노동 투입이 많거나 고급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순대, 어묵, 단무지와 같은 ‘생계형 업종’에서 말이다.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어 위험 부담 없이 손쉽게 돈을 벌려 하면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인공지능, 빅데이터, 우주 개발 등 신산업 분야에서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대기업답다. 그런데 2009~2014년 증가한 477개 대기업 계열사 중 중소기업·소상공인 영역에 진출한 기업은 387곳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한다. 대기업들이 국내 생계형 업종에 대거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최근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를 살리면서 법적 이행강제력의 확보로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통과한 것이다. 소상공인 단체의 신청으로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대기업은 5년간 지정 업종에서 사업 확대나 신규 진입을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과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 등의 처벌을 받는다.

다만 생계형 업종을 과잉 지정해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거나 소비자 후생이 저해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5년 후 더 높은 상대와 겨룰 수 있도록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대기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그리고 경쟁력을 높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큰 시장에서 감동과 환희의 드라마를 연출하기를 기대해본다. 모두의 개막식은 이제 곧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