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가 “IT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하고 시장에서 판단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카카오T가 구상한 유료호출 서비스가 “기존 콜비 규정을 준수하라”는 국토교통부 권고로 제동이 걸리고, 카풀 사업이 택시노조 등의 반대에 부딪힌 현실에 대한 답답함의 토로다.

공들여 준비한 서비스가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제대로 받아보기도 전에 줄줄이 난항을 겪는 게 비단 카카오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IT업체가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 무섭게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추가 규제까지 동원된다는 점이다. 카카오 같은 회사도 ‘택시운송중개사업자’로 등록해 정부 요금 지도 등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게 그렇다. 이게 한국 IT기업들이 처한 규제환경이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에서는 왜 우버(미국), 디디추싱(중국), 그랩(싱가포르) 같은 기업이 안 나오느냐”고 타박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혁신성장의 성과가 미흡하다”며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다그친 바 있다. 그러자 기재부는 혁신성장 정책을 전담할 ‘혁신성장본부’를 부처에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도 기재부도 혁신성장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구체적인 성과를 일궈내는 것은 혁신성장의 주체인 민간의 몫이다. 정부는 카카오모빌리티 정 대표가 호소한 것처럼 기업의 다양한 도전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면 된다. 지금처럼 기업이 시도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정부의 판단을 일일이 받아야 하고, 이해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무산되고, 예상치 못한 규제까지 불러들이는 환경에서는 성과가 없는 게 당연하다.

기업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 ‘규제 샌드박스’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여당의 ‘규제혁신 5법’도 ‘규제강화 5법’으로 불리는 판이다.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고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혁신성장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