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中 통상전쟁 파고 넘을 전략 있나
한고비를 넘긴 것 같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백악관은 ‘중국 제조 2025’ 프로그램과 관련한 첨단 기술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열흘 전 양국 협상대표단이 발표한 상호 관세부과 계획 보류 합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후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제3차 무역협상이 열렸으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상호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중국 측은 “만약 미국이 무역 제재 조치를 시행할 경우 양측이 지금까지 달성한 모든 합의 사항은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에서도 대중(對中) 강경기류가 고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향후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무역 갈등을 봉합한 것으로 보였던 제2차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미 언론과 의회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졌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무엇보다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제조 2025’가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하고,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함으로써 지식재산권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게 미국 내 지배적 시각이다. 미래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미·중 무역 갈등 해소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미국이 겨냥하는 목표가 중국의 정보통신산업이어서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과 반도체 등 국내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우리 업계가 입을 최대 피해 규모가 367억달러(약 39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도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본격화는 진행 중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노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비춰 미·중 무역 갈등의 본질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대선 기간에 대중 무역적자와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관대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 확보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이유로 제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미국이 분쟁 봉합을 서둘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백악관 발표도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의 개입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유례없는 미·북 정상회담 성사에 경계감을 갖고 있을 중국 역시 대미 무역협상에서 북한 문제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의 중대 기로에 서 있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중 공조가 긴요하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본격화가 중요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미·중 간 무역 충돌의 파급 효과를 면밀히 살피고 우리의 경제적·안보적 이익 수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마침 오는 27일 크루그먼 교수가 ‘제주포럼’(26~2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그가 미·중 무역전쟁이 평화와 번영을 이루려는 우리의 노력에 미칠 영향과 우리의 대응 전략에 대해 어떤 견해를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