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현실 적용이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지 않다면 그 어떤 학문도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학계나 대학을 둘러보면 ‘학문을 위한 학문’ ‘연구를 위한 연구’에 매달리는 모습을 의외로 자주 접할 수 있다. 경제학도 예외는 아니다. 현실 경제 문제와 유리돼 공허한 이론과 숫자 놀음에 그치기 쉬운 대표적 학문이기도 하다.

지난주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이런 풍토를 바꿔보겠다고 나섰다. 그는 “경제학자들이 현실 경제에 적극 참여해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같이 고민하고 조언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안에 침묵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국내 경제학계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국내 문제 연구는 뒷전이고 계량경제 등을 통한 수치적 분석으로 선진국 연구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옳은 지적이다. 이 같은 현실은 상당수 경제학자들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제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내 경제학계에 논쟁다운 논쟁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 교수 지적은 “학자들이 발품을 팔려 하지 않고 부대끼려 하지도 않는다”는 원로 경제학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현실 인식과도 일맥상통한다. 경제학자들이 현장과 동떨어져 편하게 책상머리에서만 연구를 하려 든다는 일침이다. 학자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교수 임용 요건으로 연구 내용 자체보다 미국 등 외국 학술지 논문 게재 실적을 더 중시하는 풍토와 제도 역시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

새 정부 들어 소득주도 성장 등 경제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학계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현실 경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달라는 게 상당수 경제학자들의 당부”라고 밝혔다. 이런 당부에 걸맞은 한국경제학회의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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