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제 “근로시간 단축을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완하겠다”고 했다. 7월1일부터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산업 현장 곳곳에서 큰 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이다. 기업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회사 경영 자체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한숨이 나오고, 근로자들도 임금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며 아우성치고 있음에도 당장은 보완책 없이 그대로 시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마치 최저임금 정책 시행 과정을 그대로 다시 돌려보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둘러싼 각종 우려에 대해 “1년간 효과를 살펴보고 속도조절을 해야 할지, 이대로 가도 될지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숱한 부작용에도 불구, 정부는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어서 혼란을 더하고 있다.

정부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에서 보듯이 한 번 집행되면 웬만해선 되돌리기 어렵다. 더군다나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활동과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중대한 사안이다. 이미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예고하는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시외·고속버스 예약 중단 사태가 빚어진 것은 근로시간 단축 혼란의 서곡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정 시기에 업무가 폭증하는 회계법인과 정보기술(IT)·건설업계 등 비상이 걸린 업종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어기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지만, 정부는 무엇을 근로시간에 넣고 뺄지에 대한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어 기업으로선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기업들은 정시퇴근제와 유연근무제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모호한 사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령 업무상 회식이나 거래처와의 식사, 운전기사 대기시간 등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기업별로 해석이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단 근로시간 단축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인들 사이에서 “우리가 실험 대상이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특례업종 확대, 탄력근로 기간 연장 등 기업 숨통을 틔워주는 보완책 마련이 더 미뤄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