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청년 창업 지원, 돈을 주기 전에 가치를 심어줘라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저성장 기조’와 ‘청년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창업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발맞춰 교육부는 ‘제2차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그 전략 목표 중 하나가 ‘고부가가치 창출 창업’ 기반 조성이다. 교육부가 창업교육의 목표를 ‘참된 인성과 비전을 지닌 기업가 육성’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기업 창출’로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교육철학이 부재한 우리의 척박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창업지원 관련 예산 또한 확장일로에 있다. 올해 ‘K-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공시된 창업 직접지원금은 총 7개 부처에 7500억원 규모이고 간접지원금까지 합하면 전체 예산이 1조600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 모험펀드’를 조성한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도 있었다.

정부의 분홍빛 말만 들으면 뭔가 될 법한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5%에 불과하고,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업한 벤처기업의 생존율은 5%에도 못 미친다. 2018년 중기부의 청년몰 창업 현황에 따르면 사업에 선정돼 개업한 점포 중 24%가 휴·폐업했고, 이들 청년의 대부분은 지원 기간 2년이 종료되자 사업을 접었다. 이화여대 앞 청년 스타트업 상점가는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은 못하면서 학생들을 창업으로 내몰고, 청년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심지어 정부 지원금만을 노리는 하이에나가 나타난다는 비판의 빌미를 정부 스스로 제공한 것이다.

학생들도 정부가 제시하는 위험한 도전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201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창업진흥원의 실태조사를 보면 대학생들은 여전히 취업을 원한다. 궁극적으로 취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창업경진대회 입상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이고, 창업지원금은 일종의 장학금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창업 전략부터 창업 후 초기 경영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에는 이런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고 창업현장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육의 틀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전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창업으로 내모는 게 부도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 작금의 세계적 창업 열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테크 크런치와 슬러시’ 같은 스타트업 글로벌 콘퍼런스는 경제 현상을 넘어선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른 나라 청년들은 실패율이 높은 스타트업을 선택하면서도 왜 이리 열광하는 것일까.

창업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가 한마디로 맥을 잘못 짚었다. 청년들과의 눈높이도 다르다. 정책적인 지원금을 쏟아붓기 이전에 기회형 창업의 철학적 근본을 제시하고 그 의미부터 제대로 새겼어야 했다. 우리 창업정책과 창업교육의 방향에는 순수한 청년들의 창업 공감대를 끌어낼 만한 그 무엇인가가 99% 부족하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보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점들을 감지한다. 문제의식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한다. 고려대 학생 창업기업인 아이오펫은 해마다 유기견이 증가하는 원인이 질병에 걸린 반려견이 발생시키는 비싼 치료비를 보통의 견주들은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동물 애호가들이 모인 아이오펫은 치료보다 훨씬 저렴한 반려견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질병을 예방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오펫이 기회형 창업을 원한 이유이고, 문제 해결을 도와줄 투자자를 기다리는 이유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쌓아놓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문제 해결의 과정은 이들에게 자아실현이고 삶의 의미가 된다. 이것이 창업의 재미 요소이자 창업의 사회적 가치다. 이 과정에 백만장자도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창업에 열광하는 이유는 창업이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으며, 자아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돈을 주기 전에 가치를 심어라.’ 너무나 당연한 테제가 우리 정부정책에 부재하다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