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방분권의 돛을 올리자
올해도 여전히 부익부 빈익빈이다. 경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25일 예정된 ‘2019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 이야기다. 서울과 일부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구단은 유망주가 넘쳐나서 표정 관리가 고민이고, 다른 지역 구단은 뽑을 선수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한다. 유망주가 특정 지역에 쏠리는 현실에서 1차 지명제도는 프로야구 구단 간에 심각한 전력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비단 프로야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의 49%, 100대 기업 본사의 95%, 종합부동산세의 79%, 상위 20개 대학의 80%가 국토 전체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몰려 있다. 서울의 1인당 소득은 3만5000달러로 강원·전북의 2만1000달러보다 현격히 높고,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하위 8곳의 재정자립도는 50%에도 못 미친다. 수도권과 지방 간 극심한 불균형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경제 성장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강력한 중앙집권을 기반으로 하던 과거의 국가 성장 패러다임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4차 산업혁명’ ‘초연결 사회’ 등으로 표현되는 오늘날에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유연한 지방분권 체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헌법을 통해 광범위하게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있는 독일은 헌법 중 약 44%가 지방자치와 관련한 조항이며, 연방 16개 주 모두 자체 조세 수입으로 재정 자립을 이루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을 포함한 기업의 70% 이상이 인구 60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에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형 강소기업인 히든챔피언은 기업이 성장해도 본사를 대도시로 이전하지 않고 인턴십을 통해 지역 청년들과 교류하는 등 지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도 지방분권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성장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지방에 뿌리를 둔 스타 중소기업이 하나둘 생기고 지역별 혁신 역량이 축적되면 사람과 자본이 모이게 되고,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과 국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당일 우리의 선택이 지역 발전과 국가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6월13일이 지방분권의 돛을 올리고 대한민국 재도약의 길로 출항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