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인 은행의 고용 능력을 높이기 위한 희한한 해법이 논란을 빚고 있다. 4050세대 은행원들을 희망퇴직으로 최대한 내보내고 그 자리를 청년채용으로 채우라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곳은 다름 아닌 정부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늘리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까지 했다.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청년 실업률을 어떻게든 낮추고 싶은 ‘일자리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식의 ‘방법’을 아이디어랍시고 내고 민간기업인 은행들을 압박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비대면(非對面)거래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신규 인력 수요는 예전 같지 않다.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 정부가 나서서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다.

답답한 것은 중장년 직원들을 내쫓지 않고도 신입사원 일자리를 늘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을 옥죄는 규제들을 풀기만 해도 은행들이 신사업에 진출해 숱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금융회사와 손잡거나 독자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해 핀테크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10%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등 족쇄 탓에 ‘금융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대착오적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다 보니 ‘희망퇴직 확대’라는 억지 발상이 나온 게 아닌가.

정부가 은행들에 희망퇴직 확대를 강요하면서 제시한 논거에는 자가당착마저 보인다. “(설 곳이 마땅치 않은 중장년 은행원들이) 눈치 보며 지내는 것보다 퇴직금 받아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낫다”는 언급이다. 이런 직원들이 있다면 내보내 조직이 ‘건강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지세력인 ‘귀족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이 왕성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주기는커녕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친(親)노조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남발하는 정부는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