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하방 위험에 대비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이 지역의 경제 상황과 전망, 경제정책을 평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태 지역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혜택을 받고 있는 한국은 장기적으로 공정한 성장을 추진할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IMF는 올해와 내년 아·태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5.6%로 예상한다. 견실한 세계 수요와 우호적인 금융상황으로 인해 아·태 지역이 세계 경제의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인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7.4%다. 환율 정책과 새로운 부가가치세 시행으로 인한 일시적 혼란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떨어진 6.6%로 예상된다. 금융·주택·재정 분야 긴축 조치로 인한 결과다. 일본은 성장률이 8분기 연속 잠재성장률을 넘었다. 올해도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미국 유럽 등과 비슷한 현상이다. 아시아 지역 선진국 물가는 평균 1.4%,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 물가는 평균 3.3%로 예상된다.

아·태 지역 경제는 불안요인도 안고 있다. 우선 세계 금융시장이 갑자기 긴축 국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주요국의 관세 인상(위협)은 국제무역과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금융과 실물경제에 끼칠 영향도 여전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 디지털 경제의 발흥에 따른 고용 감소 등이다. 고령화는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개방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 중 하나다. 아·태지역의 광범위한 경제적 호황은 한국에 큰 기회다. 한국은 비교우위를 가진 반도체와 기타 첨단기술 분야에서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약 3%다.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같은 상황은 아시아 각국이 사회적 완충장치 구축, 회복력 증대, 지속가능성 확충에 거시경제 정책을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한국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할 여지가 있다.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높은 청년 실업을 야기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경직성을 완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flexicurity)’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유연성 확보, 실업자를 위한 견실하고 포용적인 안전망 구축,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세 가지를 통해 확보될 수 있다. 보육지원 등 맞춤형 사회보장지출 확대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시켜 노동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으로 더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