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가운데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제를 소비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지난해 역대 최저치(48.1%)로 떨어졌고, 소비자심리지수는 최근 5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소비 위축이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내수 부양을 위해서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폐지 △비과세급여 한도 확대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연장 △국세 카드 수수료 폐지 등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현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다양한 비판과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와 주목된다. 한경연이 건의한 세제 개편은 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리자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정책경로나 파급효과에서는 크게 다르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에서 알 수 있듯이 근로자 이외 다른 경제주체에 연쇄적이고 복잡다기한 영향을 주는 데 비해 소비 친화적 세제 개편은 일종의 감세로 볼 수 있다.

개별소비세는 고급시계 같은 사치재나 담배 등에 매기는 세금이다. 과소비를 막는다는 취지로 자동차(출고가의 5%)에도 부과돼왔지만 이제는 가구당 평균 1.04대를 보유, 사실상 보편재가 된 만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동차 관련 세금만 8가지나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종류에 따라 10~35년 전 기준이 아직까지 적용되고 있는 비과세급여도 개편이 시급하다. 비과세 식대는 월 10만원 한도가 14년간 묶여 있다. 물가상승률, 소득수준 상승 등을 반영해 한도를 높이자는 지적은 일리 있다. 1999년 시작돼 계속 일몰이 연장돼 온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세원 양성화와 세부담 경감 차원에서 일몰 연장을 검토해볼 만하다.

감세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현 정부 세정의 기본 기조는 증세다. 전반적인 감세가 어렵다면 경기 부양을 위해 내수를 발목 잡는 세제만이라도 소비 친화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주요 내수 업종 1위 기업들의 매출이 줄줄이 줄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