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젊은 노인' 만들어야 나라가 산다
2004년 초봄 필자는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라는 국정과제위원회를 맡았다. 새삼 인구통계를 뒤지다가 2050년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 37.3%에 달할 것이라는 수치를 보고 소스라쳤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38.1%로 수정됐다.

6·25전쟁이 끝난 뒤 시작된 베이비붐은 그 후 약 30년 동안 엄청난 인구집단을 만들어놨다.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의 60대 전반에서 40대 전반에 해당한다. 이들은 지금 막 노인층으로 들어가기 시작해서 앞으로 30년간 ‘고령사회의 절정기’를 만들 예정이다. 이 예측을 보고 있으면 한국의 미래는 완전히 절망적이다. 솥 속에서 헤엄치는 개구리같이 “아직은, 아직은” 하고 있을 뿐 장작은 벌써 활활 타고 있다.

그런데 이 시급하고 절박한 위협에서 ‘솟아날 구멍’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노인들을 ‘젊게’, ‘나이는 숫자일 뿐’으로 만드는 것이다. 건강하고 유능하고 직장도 가져서 ‘법적인(de jure)’ 노인들이 ‘사실상의(de facto)’ 청장년이 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70대까지도 건강해서 진료비를 적게 쓰고, 훌륭한 노동자로 근로소득을 올려 세금을 내고,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라에서 연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 고령화는 없다. 이미 노인들은 빠른 속도로 젊어지고 있다. 사회가 이를 촉진하고 제도로 수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을 노인이 아니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당연히 건강 유지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하고, 검진받고,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는 데 민족의 장래가 달려 있다. 의료체계가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돼 평생건강관리 프로그램이 보편화돼야 한다. 미래의학은 예방의학이다.

둘째는 능력의 유지다. 20대에 배운 실력으로 평생 버티면서 21세기를 살 수는 없다. 60~70대에도 40~50대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학교 하나를 더 다니는 만큼 공부해야 한다. 학자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평생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 미래교육은 평생교육이다.

이 ‘젊은 노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주는 것이 마지막 과제다. 공공과 민간의 일자리 창출,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해야 한다. 단카이 세대가 다시 불려나오는 일본의 현상도 우리에겐 시간문제다. 노인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경제구조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기업도 단기적 이익 추구에서 장기적 전망을 가지도록 변화해야 한다. 미래고용은 평생고용이고 그것이 유일한 살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