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서울 마곡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혁신성장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혁신성장의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 1년간 혁신성장이 싹을 틔우고 있다”며 “혁신성장이 본궤도에 오르는 올해는 미래 먹거리 분야와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미래 자동차와 스마트 시티 등 8대 핵심 선도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3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혁신성장 추진계획은 새로운 게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스마트 시티 등 그동안 제시됐던 내용을 재탕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싹을 틔우고 있다”는 정부 평가도 기업인들의 인식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틈만 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 생태계 구축과 규제 혁신을 입에 올리고 있지만, 신산업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고 각종 규제들은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경쟁국들은 뛰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 같은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오히려 국민 눈높이에 맞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규제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규제 혁신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발상’이 필요한 이유다.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이다.

혁신성장과 규제 혁신의 방점이 중소·벤처기업에 찍힌 것은 신산업 육성에 한계를 긋는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원격진료를 가능케 하는 의료법,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등도 국회에서 막혀 있다. 이런 근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규제 혁신은 요원해진다. 혁신성장 보고대회가 세간의 평가와 동떨어진 ‘말잔치’의 장(場)이나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또다시 다짐하는 대회가 아닌, 진정으로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