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론재판 우려 커지는 '삼바 감리위'
“꼭 ‘인민재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감리위원 누구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에 소신 있는 의견을 내지 못할 겁니다.”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심의에 들어간 감리위원회의 한 위원은 커지는 공정성 시비에 대해 이같이 털어놨다. 감리위원들에 대한 ‘신상털기’식 공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참여연대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위의 공정성 확보에 필요하다며 감리위원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급기야 이튿날 일부 언론매체에 전체 감리위원 신상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이어 ‘삼성에 유리한 의견을 내면 가만히 안 두겠다’는 식의 협박성 댓글이 무더기로 따라붙었다. 한 감리위원은 “신변에 위협을 느낄 만큼 공포스럽다”고 토로할 정도다.

동생이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한 감리위원은 스스로 심의를 맡지 않겠다는 제척 신청을 했지만, 금융감독원 근무 경력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또 다른 심의위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 감리위원들이 공정한 심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위원회도 진땀을 빼고 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이 자본시장국장 시절 상장 규정을 완화한 것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검의 지난해 2월 금융위 압수수색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상장 특혜를 줬다는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감리위가 임박해 다시 의혹을 끄집어내는 건 심의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감리위는 회계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자문기구다. 증권선물위원회와는 달리 ‘행정기관위원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자문위원회이기 때문에 위원 명단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런 비공개 원칙은 각종 로비와 청탁을 막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심의가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에 휘말려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