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칸의 관객이 귀 기울인 우리 이야기
올해도 싱그러운 5월, 프랑스 남동쪽에 있는 조그만 도시 칸(Cannes)에서는 어김없이 ‘칸 영화제’가 열렸다. 71회를 맞이한 칸 영화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이면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영화제로도 유명하다.

칸 영화제는 신진 감독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에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주목한 감독을 꾸준히 초청하고 예우를 갖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영화계에도 칸 영화제의 꾸준한 지지와 갈채를 받아온 감독이 여럿 있는데, 첫 시작은 임권택 감독이다. ‘춘향전’으로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그 뒤를 이어 오래도록 칸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한국 감독은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봉준호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 박찬욱 감독은 ‘칸이 사랑한 남자’로 불려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 2009년 ‘박쥐’로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경쟁부문에 초청된 ‘아가씨’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의 기술상에 해당하는 ‘벌칸상’을 품에 안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이에 더해 지난해 70회 칸 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 심사위원까지 맡아 활약했으니, 칸 영화제가 주목하는 감독에 대한 지지와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올해는 2016년 ‘아가씨’, 2017년 ‘옥자’, ‘그 후’에 이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수상 여부보다는 세계의 수많은 영화 중에서 한 해 스무 편 남짓한 초청 리스트에 한국의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한국이 만들어낸 우리의 이야기에 세계 관객이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던지는 화두(話頭)를 동시대의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영화가 해낼 수 있는 가장 신나고 짜릿한 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도 칸의 지지를 받아온 감독이다.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여러 면에서 칸이 주목하고 애정을 보여온 감독이다. 지난 16일 칸의 뤼미에르극장에서 갈라 스크리닝을 마친 ‘버닝’에 대한 반응 역시 굉장히 좋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리모는 “대단하고 훌륭하며 강하다”는 호평을 남겼고, 세계 여러 매체와 비평가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았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온 이창동 감독이 세공한 캐릭터가 어떤지 궁금하다. 청춘의 얼굴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이 이창동 감독과 만들어낸 시너지의 면면이 기대된다.

‘버닝’ 외에도 칸 영화제에서 주목한 작품이 더 있다. 러시아의 전설적 가수이자 저항의 상징이었던 ‘빅토르 최’의 이야기를 다룬 러시아 영화 ‘레토’가 그중 하나다. 파독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란 한국계 무명배우 유태오가 빅토르 최 역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칸의 스타가 됐다.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 역시 칸에서 첫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한국 영화 ‘공작’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영화제가 마무리되면 이 모든 작품을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볼거리가 풍성한 극장가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