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의 글이 주목받는 것은 대통령 경제자문기구를 맡고 있는 정부 인사가 “우리 경제는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정부 입장과 상반된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그는 “생산·투자 등 지표도 걸리지만 학계 여론을 들어보면 (경기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지 않고, 기업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최근 우리 경제지표는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산업생산과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3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수출도 부진에 빠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2월 99.8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그나마 3월 소비증가율(2.7%)이 괜찮았지만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회복세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어제 발표된 고용지표도 ‘쇼크’ 수준이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13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1월 33만 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크게 줄어든 뒤 3월 11만2000명을 기록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1년 전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고용을 독려해왔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현재 연 3.0% 안팎에서 내년엔 연 3.6%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신흥국 중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년간 최대 0.6%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흐름은 괜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는 분명히 없고, 국내 소비증가가 뚜렷이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 상황은 이미 바닥을 쳤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지표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진단이 다르면 처방도 다르다. 김광두 부의장은 “정부가 너무 낙관적이면 필요한 정책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표는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데 “괜찮다”고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