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25일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하면서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규제개혁을 바탕으로 한 ‘혁신성장’을 제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신산업 창출 촉진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신기술 도입을 위해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해주는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규제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원칙 허용, 예외 금지)으로 바꿔 서비스산업을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혁신성장에 대한 얘기는 거기까지였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소득주도 정책들은 밀어붙이고 있지만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5대 핵심공약에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또 끼워넣었다. “지방선거 공약의 큰 줄기는 대통령의 국정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비전 제시에 있다”는 게 이유라지만, 발표한 지 1년이 다 돼가도록 지지부진한 정책을 또다시 공약이라고 ‘재탕’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규제없이 신기술 도입을 허용해주겠다는 제도는 규제 샌드박스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정부는 지역 단위로 규제를 없애는 ‘규제프리존’ 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기업 특혜 요소가 있다”며 반대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금융, 산업, 지역 등 분야별로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는 내용의 5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존 규제프리존 법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야권은 규제프리존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언제 통과될지 알 수가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신기술이 쏟아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규제개혁만큼 시급한 게 없다.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에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규제프리존’이든 ‘규제 샌드박스’든,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빨리 조성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