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맥주의 가격 인하 공세로 국내 맥주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편의점에서 ‘4캔(500mL기준)에 1만원’이던 수입 맥주 값이 최근 ‘4캔에 5000원’으로까지 떨어졌다. 1캔(50mL)에 2700원 선인 국내 맥주와의 가격 차이가 최고 2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이다. 국내 주세법은 알코올 도수에 상관없이 제조원가에 세금(주세율 72%, 전통주는 36%)을 매기는 ‘종가세(從價稅)’다.

국산 맥주는 재료비에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을 제조원가로 해 세금을 매긴다. 반면 수입 맥주는 정확한 제조원가를 알 수 없어 수입사가 신고한 가격에다 관세(0~30%)를 붙인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30%에 달한다. 이런 역차별 탓에 국내 맥주사들도 해외에서 생산한 자사 제품을 역수입하거나 외국 맥주를 들여오기 바쁘다. 롯데주류는 밀러를 수입했고, 오비맥주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월드컵 한정판 카스맥주를 수입해 국내산보다 12% 싸게 팔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벤츠와 BMW를 수입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니 전자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격이다.

국내 맥주가 고전하는 근본 원인은 수십 년간 독점에 안주해 연구개발을 게을리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과도한 ‘세금 역차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처럼 종가세인 주세를 제조원가에 상관없이 알코올 도수에 따라 같은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물론 주세법을 종량세로 바꾸면 도수가 높은 ‘서민주’인 소주의 세금이 올라가고, 저(低)도주인 맥주의 세금은 내려간다. 정치권이 세제개편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서민 반발’과 세수 감소를 우려해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2016년 권고대로 소주 등 ‘대중주’에 낮은 세율을, 위스키 등 ‘사치주’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문제를 풀 수도 있을 것이다. 맥주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기 전에 하루빨리 국내 역차별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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