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STREETJOURNAL 칼럼] 성장 발목 잡는 트럼프 '통상 협박'
경제적 불확실성과 번영은 불구대천의 원수와 같다. 불확실성이 지배할 때 번영은 사라진다. 불확실성은 투자자와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민간 투자를 제한하며 소비 지출을 억제해 번영을 망가뜨린다.

1929년 주가 폭락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불황은 경기 하강의 규모뿐 아니라 지난 세기의 가장 미약한 경기 회복을 불러온 불확실성 때문에 ‘대공황’이라 불린다. 오늘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버락 오바마 시대의 침체를 다시 불러올 만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불확실성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그 이후 경기 회복에 실패한 기간에 나타났다. 2009년 중반 경기 침체가 끝났을 때 오바마 행정부는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9%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 위축시킬 불확실성 키워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하면서 관료주의의 물결이 헬스케어, 금융, 에너지, 제조업, 인터넷까지 퍼져나갔다.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도드-프랭크법,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등 입법과 규제, 행정 명령과 지침을 통해서였다. 법치가 규제로 대체되면서 불확실성이 치솟았다. 이 시기 경기 회복은 당초 (오바마 행정부가) 예상한 수준의 절반인 2.1%에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미국 역사상 가장 극적인 규제 완화 노력을 통해 오바마가 만든 정치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없앴다. 1000개 이상의 규제를 폐지하거나 수정 또는 중단시켰다. 경제는 빠르게 회복돼 트럼프 행정부 첫 세 분기 동안 성장률은 오바마 때보다 높은 3.1%(연환산 기준)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 개혁으로 기업 투자를 촉진해 경기 회복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이 회복을 위태롭게 하는 불확실성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에 어느 나라가 보복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경제를 크게 위축시킨다. 이미 보복 대상 목록에 오른 상품에서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콩 농가가 새로운 시설에 투자하고 있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위협은 북미의 수출망을 잠재적인 위험에 빠뜨려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 때문에 NAFTA 3개국의 공장과 설비 가치가 떨어진다. 미국 투자자들은 멕시코에 900억달러(약 95조원) 이상, 캐나다에 3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렇기 때문에 NAFTA 폐기는 미국과 북미 전역의 자본 가치를 잠식해 미국의 연기금과 주식투자금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위협은 끝내고 정책 결정해야

백악관이 제시한 무역 관세는 대통령의 실제 정책일 수도, 협상 전략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이제 위협을 끝내고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역 위협이 야기한 불확실성이 경기 회복을 좀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채택하는) 최종 정책이 무역 장벽을 낮추고 (중국 등의) 수출 보조금을 줄이게 만든다면 미국과 세계는 혜택을 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무역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미국과 세계는 손해를 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전망이 열리게 된다. 즉,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 글은 필 그램 전 미국 상원 은행위원장과 마이크 솔론 US폴리시메트릭스 파트너가 ‘Trump’s Trade Threats Are Hurting Growth’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