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액진료비 재앙 막는 '건강보험 하나로'
김OO 씨는 63세 남성이다. 뇌출혈이 생겨 6개월간 진료를 받고 청구된 치료비는 법정 본인부담금 1011만원, 비급여 진료비 3330만원이었다. 정부의 추가 지원 2497만원을 받고도 1844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어렵게 사는 3인 가구의 삶을 파괴하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치료는 앞으로도 더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올리고 본인부담 상한선제를 실시해야 할 이유가 이런 것이다. 모든 가구에 이런 재난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이들보다 잘사는 가구가 대부분이지만 그 ‘공포’만은 누구에게나 절실한 악몽이다.

지난달 25일 ‘2016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62.6%’라는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전년의 63.4%보다 0.8%포인트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늘어나야 할 보장성이 왜 줄어든 것일까? 이유는 비급여가 자꾸 늘어나기 때문이다. 같은 해 건강보험에서 적용되는 의료비는 11% 증가한 반면 비급여 진료비는 18% 늘어났다. 애써 보장성을 향상시켜 놓으면 비급여가 풍선효과를 일으켜 도로 떨어뜨리는 사태가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비급여를 그대로 두고는 보장성의 답보와 고액진료비의 재난을 절대 막을 수 없다. 문재인 케어는 질병 치료를 위해 필요한 모든 비급여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단안을 내렸다. 70%까지 보장성을 올리고 본인부담 상한제 등 고액진료비 방지 장치를 마련해서 ‘건강보험 하나로’ 가계 불안의 악몽을 확실히 덜어주려는 것이다. 지치고 고달픈 국민을 위해.

그런데 비급여를 없애면 의사들도 ‘건강보험 하나로’ 병의원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국민의 고액진료비 걱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병의원 경영 걱정도 없어져야 한다. 병의원의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는 ‘적정 수가’를 보장해 주지 않으면 문재인 케어는 불가능하다. 일부 의사들은 정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그렇게 하면 전국의 병의원이 일제히 도산할 것이 분명하다. 세상의 어느 정부도 그리 할 수는 없다.

이익과 손해가 불합리하게 책정된 수가들을 재설계해 전면 급여화된 건강보험의 모든 의료서비스 항목이 균일하게 ‘원가+알파(α)’의 수가 수준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성패를 가르는 과제다. 그렇게 해야 의료계는 경영 정상화를, 국민은 의료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보장의 해묵은 과제를 푸는 길이고 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기본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