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규제를 공정거래법에서 떼어내 별도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공정거래법 제정 38년 만의 전면 개편안이라기에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고려할 줄 알았지만, 흘러가는 방향은 그게 아니다. 공정위가 대기업을 더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의 정합성과 완결성이 미흡하다”며 별도법 추진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지금의 법이 독과점 담합 등 불공정 규제뿐 아니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대기업 지배구조 규제도 포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공정위가 성격이 다르다고 한 대기업집단 관련 규제는 다른 나라 공정거래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만 이상한 법 체계를 갖게 된 것은 1986년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 규제가 도입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경제력 집중을 따진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경제력 집중으로 따지면 우리나라보다 더한 강소국들도 이러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등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상황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할 판국에 대기업의 손발을 묶는 것은 무장해제나 다름없다. 대기업집단 규제는 대기업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기업 쪼개기’를 해서라도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릴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수 없으니 스타트업 생태계도 살아날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이 망가지면서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고 만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현 정부 들어 인원과 조직을 늘린 결과가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기업 규제법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제대로 읽는다면 별도 규제법을 만들 게 아니라, 대기업집단 규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