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론'에 '혁신 성장' 행방불명

규제 개혁은 빈말뿐
親노조-反대기업 정책에 경기 곤두박질

정부가 市場 거스르는데 해결책 있겠는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김정호 칼럼] 경제는 왜 이 모양이냐고?

‘혁신 성장’ 1년이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터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이 어디 어울리기나 하겠나. 대통령 취임 1년의 경제 과실은 낙제점이다.

혁신은 규제 혁파에서 시작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누구나 혁신을 외치고, 규제 철폐를 방법론으로 꺼내들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만이 아니다. 김대중의 ‘규제 기요틴’에서 노무현의 ‘규제총량제’를 거쳐 이명박의 ‘전봇대 뽑기’와 박근혜의 ‘손톱 밑 가시’까지 표현만 절묘했을 뿐이다.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라는 표현까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쥘 때마다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규제다. 김대중 정부 초기이던 1998년 1만185건이었던 규제 수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만4688건으로 늘었다.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문 대통령이 중국 작은 식당에서 핀테크(금융기술)로 아침 밥값을 내며 한국의 규제 현실을 확인했다고 하듯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많다는 게 한국의 규제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바뀌는데 규제가 발목을 잡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세계 상위 100개 스타트업이 한국의 규제를 받았다면 57개 기업은 아예 사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맥킨지의 보고서다. 혁신은커녕 시늉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혁신 성장 15대 주요 대책이 발표된 건 작년 9월이다. 대통령이 연말까지 대책을 마련해 올해 초부터는 실행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후속 조치는 들어보지 못했다. 지난 1월 규제 혁신 토론회에서 규제 개혁에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대통령이다. 그리고 다시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정부가 그사이 가만히라도 있었다면 다행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친(親)노조 정책에 반(反)대기업 정책, 반(反)시장 정책이 줄을 이었다. 그것도 초고강도 정책들이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비정규직의 강제 정규직화는 물론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대책 없는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넋이 나가 있다. 경직화된 노동시장은 그대로 두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정부다. 소수의 대기업 노조만 신이 나 있고 기업들은 앞다퉈 해외로 뛰쳐나간다. 국내에 공장을 짓겠다는 기업은 없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기업들은 숨도 쉴 수 없는 지경이다. 투자 여건은 어렵게 만들면서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다고 성화다. 법인세 인상을 그토록 반대했지만 인상률이 조금이라도 낮아졌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육성해보자는 규제 샌드박스 정책에도 대기업은 아예 제외다. 그 정도면 다행이다. 기업 때리기에 총동원령이다. 교도소는 가깝고 적폐에 갑질 청산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몇몇 기업은 아예 죽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러니 기업은 눈치만 볼 뿐이다.

‘환율은 주권’이라는 당연한 주장을 깔아뭉갠 학자들이 경제 정책 라인을 장악하더니 환율 추락에 날개는 없다. 수출이 될 턱이 없다. 중국이 무차별적 사드 보복에 나서건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주무르건 그저 평양만 바라보는 정부다. 기업만 죽을 맛이다.

부동산 시장은 억누르기만 하니 언제든지 튀어오를 용수철 태세다. 이동통신이나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원가 공개를 부르짖고, 기업 비밀이건 아니건 반도체 공정까지 죄다 까보이겠다던 터무니없는 정부다.

관료들만 신이 났다. 권한과 자리만 늘릴 수 있다면 양잿물도 들이켠다는 관료들이다. 규제를 켜켜이 쌓아 나간다. 없던 규제는 물론이다. 없앤 규제까지 다시 뒤져 꺼내 놓는다. 다음 정부에 가서는 또 어쩌려는 것인지.

제조업은 한겨울이다. 작년만 해도 좋다던 경기다. 수출증가율부터 마이너스다. 공장가동률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제조업 재고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친노동 정책의 후유증으로 물가는 다락처럼 오른다.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면서 저소득층을 더 어려운 지경으로 빠뜨리는 정부다.

경제는 왜 이 모양이냐고 묻지 말라.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허상에 취해 시장을 거스르는데 방법이 없다. 국민은 남은 4년도 그렇게 갈까봐 겁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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