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화성의 속살
화성에 운하의 흔적이 있다는 얘기를 널리 퍼뜨린 사람은 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의 저자로도 유명한 그는 개인 천문대를 세우고 굴절 망원경으로 화성 운하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가 죽은 지 반세기 뒤에 운하는 착시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대 과학자들은 머잖아 화성에 지구인이 정착하면 운하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태양계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골디락스 행성’은 지구와 화성뿐이다.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2024년까지 지구인의 거주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곳도 화성이다.

그의 ‘화성 식민지’ 계획은 이뤄질 수 있을까.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0.75%로 희박하다. 그나마 96%가 이산화탄소다. 평균 기온은 영하 63도다. 물과 산소, 식량, 방사능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론상으로는 못할 것도 없다. 물은 화성 극지방의 얼음을 녹이면 얻을 수 있다. 영화 ‘토탈 리콜’에도 등장하는 장면이다. 토양을 가열하면 물 분자를 얻을 수 있고,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화성 토양의 질소를 지구 미생물과 섞어주면 식물도 재배할 수 있다. 영화 ‘마션’에 나오는 그대로다.

거주 공간을 짓는 데는 로봇을 활용할 수 있다. 독일항공우주센터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롤링 저스틴’은 화성 기지 건설을 위해 훈련을 받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서 입을 수 있는 차세대 우주복 시제품을 공개했다.

다른 행성을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바꾸는 우주공학 기술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한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를 현실화하는 데에는 수십~수백 년이 걸린다. 일론 머스크의 유인 화성탐사 계획에 ‘지구 귀환’ 항목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왕복 여행에 몇 년씩 걸리므로 물과 식량, 산소 등 엄청난 양의 화물과 연료를 모두 실어 보내는 건 불가능하다.

머스크뿐만 아니라 NASA도 203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화성의 땅속을 조사할 무인 탐사선 ‘인사이트’를 발사했다. 땅속 5m에 전해지는 1500㎞ 지하 핵의 열을 측정해 화성의 내부 구조와 생성 과정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

인류가 이토록 화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2030년에 6700억달러(약 700조원)를 넘어설 우주산업 때문이다. 연관 분야에 미치는 기술적 파급 효과도 크다. 우주 식민지에 필요한 산업 수요 또한 크다. 머스크의 말처럼 ‘화성 거주지에는 제철소부터 피자집까지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화성 속살 탐사’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