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근 70%를 넘었다는 것은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긍정적임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대통령 지지율처럼 한순간 무너지기 쉬운 것도 드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3분기까지 지지율이 80%를 넘었지만 4분기 50%대로 떨어지더니 집권 3년차에는 20%대, 5년차에는 6%까지 곤두박질쳤다.

문 대통령과 여당도 현재의 지지율에 안주하기보다는 무엇이 부족한지, 국민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경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오피니언 리더 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가장 못한 것’으로 경제 살리기(73.6%)를 꼽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를 잘 이끌었는가’라는 질문엔 42.9%가 ‘대체로 잘못했다’고 답했고 ‘매우 잘못했다’도 22.9%나 됐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69.3%가 ‘부작용이 있으니 수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가계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 실험 1년의 결과는 참담하다. 설문조사에서뿐 아니라 각종 수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이고 산업 생산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설비 투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재고는 넉 달 연속 늘고 있다.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악이다. 정부가 관(官) 주도의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며 정작 성장의 주체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 결과다.

상당수 주류 경제학자들이 “소득주도 성장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며 소득 증가는 성장의 결과일 뿐, 성장의 원천이 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부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라며 밀어붙였다. 국가 경제가 더 이상 실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전면적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말에도 귀를 활짝 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