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한국과 일본의 일자리 조정 방식 차이
남북한 관계에 관심이 쏠려 경제 문제가 그리 불거져 나오지 않는 요즈음이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는 시급하면서도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무원 증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후유증은 기업 경쟁력을 제약하고 재정 지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 일자리(고용) 조정 방식의 왜곡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공무원 증원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일본의 대응을 보기로 하자.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신흥 경제권 부상과 함께 일본의 제조업 비중은 하락해 왔고 취업자도 많이 줄어들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2000년 1321만 명(전체 취업자의 20.5%)을 차지했으나 2017년에는 1056만 명(16.4%)으로 2000년 이후 265만 명이나 줄어들었다(총무성 ‘노동력조사’, 이하 같음).

제조업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도·소매업, 음식서비스업으로 몰려 비정규직 노동자로 바뀌면서 그 비율도 빠르게 상승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합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26.0%에서 2017년 37.1%로 2000년 이후 11.1%포인트 높아졌다.

일본에서는 정부 정책이나 노동조합 활동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있었으나, 섣불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취업 유형 결정에서 정부나 노동계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 경영자의 입장을 많이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일본은 고용 조정이 어려운 공무원을 늘리는 개혁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최근 10년 동안 일본 공무원 비중은 변하지 않았다. 2007년 226만 명에서 2017년 229만 명으로 3만 명 늘어나긴 했지만 전체 취업자 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무원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의 가중과 민간에 주는 경직적인 압박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가 컸다고 할 것이다.

전체 공무원 비중은 바뀌지 않았으나 국가·지방 공무원 구성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지방분권 개혁과 함께 지방정부의 복지 업무가 증대됐는데, 이를 국가공무원을 줄이고 지방공무원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은 2007년 67만 명에서 2017년 57만 명으로 10만 명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지방공무원은 160만 명에서 172만 명으로 12만 명 늘어났다.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함께 노동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가 한국에서는 노사정(勞使政)위원회인데, 일본은 정노사위원회다. 정부가 맨 앞에 등장하는 것은 정부가 개입해 노사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노조가 경영에 관여하려 하고 정부도 노동계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다. 노조의 배짱 논리에 밀려 경제원칙에 맞는 임금 수준과 고용 형태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노동자의 생산성을 봐가며 고용 형태나 임금 수준을 정해야 이윤도 낼 수 있고 경쟁력도 키워갈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호봉제 임금 지급 요구 등 기득권 노조의 입김이 강한 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정책당국의 노동시장 개입까지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경영자는 시장 경쟁력을 키워야 함은 물론 노조 및 정책당국의 거센 압력에도 대응해야 하는 벅찬 상황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