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이 총재는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이 경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간 통화스와프 규모는 한때 700억달러에 달했지만 양국 간 갈등으로 2015년 종료됐다. 이후 재개 논의가 있었지만 지난해 1월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며 다시 논의가 중단됐다. 이 총재는 지난 3월만 해도 정치 외교적 사안과 맞물려 논의가 재개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최근 남북한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의 언급처럼 통화스와프는 경협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외교 문제가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중 통화스와프가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 연장된 것을 감안하면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다시 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일본이 통화스와프 재개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과 더불어 외환시장의 2대 안전판으로 꼽힌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3984억2000만달러로, 4000억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해 캐나다 스위스와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소규모 개방경제인데다 외환위기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서는 주요 기축 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가 필수다. 현재 미·중·일 3국 중 한국과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국가는 중국뿐이다. 마침 중·일 간에도 통화스와프 논의가 시작된 만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외환시장의 유비무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은 물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재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