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변호사의 미덕
필자가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의뢰인에 대한 관계이다. 대부분의 의뢰인은 자신의 법적 문제가 가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호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입장을 제한 없이 수용하게 되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객관적 정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미국 대형 로펌의 성장사를 그린 《로펌 스캐든》이란 책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변호사는 일단 사건을 수임하면 전력을 다해 변호할 의무를 진다. 변호사가 의무를 수행할 때는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을 알 뿐이다. 그 사람은 바로 그의 의뢰인이다. 변호사의 우주는 의뢰인을 중심으로 돈다.”

변호사는 수임한 사건에 관해 자연스럽게 의뢰인의 시각에서 사건을 보게 된다. 대부분 사건이 진행될수록 의뢰인에의 동화작용은 심화되기 마련이다. 변호사는 의뢰인과 다른 시각을 갖게 될 경우 사건의 수행과정에서 야기될 갈등을 직감하고 본능적으로 의뢰인 편에 선다. 그에 따라 변호사는 자신이 판단하기에 객관적으로 불리하더라도 약간의 논거만 있다면 그 논리를 발전시키는 데 온 힘을 다하게 된다. 실제로 변호사가 의뢰인 쪽 논거의 정당성을 스스로 믿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게 끝날 가능성도 훨씬 커진다. 결국 변호사는 의뢰인을 감동시키기 위한 욕망과 필요, 변호와 관련된 법적 책임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하는 본능, 승리에 대한 욕구가 결합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사건 수행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변호사의 기본 품성에 관한 것이다. 의뢰인은 직감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품성을 느끼고 그것에 반응한다. 의뢰인은 자신의 변호인이 좋은 품성을 지닌 사람임과 동시에 자신의 입장을 가장 공격적으로 대변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로펌 스캐든》에서 디자이너 랠프 로렌은 의뢰인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훌륭한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품성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요.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습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같은 수준의 도덕성, 감수성,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내 인생에 나타나는 일에 대해 조언해주는 사람입니다.”

결국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호해야 하는 미덕은 변호사 개인의 좋은 품성에 기초해야만 그 조화점을 찾고 궁극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