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같이'의 가치
아침 출근길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임 이후 중앙회 가족 중 한 사람이 첫 결혼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같이의 가치를 만들겠습니다.” 청첩장에 적힌 한 문장이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이 같이 걸어갈 결혼의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만들어갈 한국 경제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중소기업인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상황이다.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수년 전의 인건비를 기준으로 책정된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했지만 원사업자는 단가를 올려줄 것처럼 하면서 시간만 끌다가 결국 일방적으로 거래를 단절했다”고 했다. 의류부자재를 만드는 B대표는 “대기업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견적서를 주면서 맞추도록 강요한다”며 “거래 보장을 전제로 계속 단가 인하를 요구하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일방통행식 단가 인하 관행은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미국 일본 유럽은 부품업체 영업이익률이 완성차업체보다 더 높거나 비슷한 반면, 한국은 완성차업체 영업이익률이 부품중소업체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의 근본적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관행은 대기업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손쉽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공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하도급 중소기업은 기술혁신을 할 유인도, 여력도 없게 돼 부품 품질과 기술경쟁력이 저하되고 결국 최종재를 생산하는 대기업도 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우리와 많은 부분에서 닮은 일본도 1980년대 말까지는 하도급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가 관행처럼 벌어졌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협력업체와의 공생 필요성을 절감한 이후 성과를 공유하고 부당한 단가 인하를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이해관계 기업 모두 혜택을 보는 선순환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지난달 정부는 ‘납품단가 현실화 대책’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하도급 분야 상생방안 발표회’를 열어 상생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상호보완적 협력기업’으로 인식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돼 정착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 찾아왔던 예비부부의 눈에서 필자가 본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같이할 내일에 대한 희망이었다. 우리 경제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으로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내일을 바라보며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는 지혜가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