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권 일자리상황판’을 만들어 빠르면 올해 말부터 민간 금융회사 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라는 한경 보도(5월2일자 A14면 참조)다.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의 고용창출 실적과 일자리 기여도 등을 점수로 매겨 실적이 우수한 곳에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5월 취임 직후 청와대에 설치한 일자리상황판의 ‘금융권 버전(version)’인 셈이다.

금융권 일자리는 연봉도 높고 복리후생도 좋아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런 양질의 일자리가 금융환경 변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크게 줄고 있어,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는 정부의 고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은행 임직원 수는 7만7756명으로, 최근 4년 새 약 1만 명 감소했다.

그렇지만 고용실적을 순위로 매긴 뒤 고용창출을 압박하는 방식이 무인은행점포와 은행원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이 확산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기업의 경영 및 영업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인 ‘일자리 늘리기 압박’은 금융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을 뿐이다.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만들어 내는 혁신이야말로 최고의 일자리 창출 원천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작년 출범한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단적인 사례다. 두 은행에서 600명이 넘는 일자리가 생겼다. 금융당국이 어제 발표한 제3 인터넷은행 인가 검토와 특화금융사 진입규제 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은 ‘금융혁신’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규제를 혁파해야 산업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도 늘리는 ‘혁신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 대주주 의결권 지분을 4%로 제한한 은산분리(銀産分離) 규제 탓에 “인터넷은행을 금융산업의 혁신 마중물로 삼겠다”던 당초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초대형 투자은행(IB)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허가 지연으로 초대형 IB로 지정받은 대형 증권사 5곳 중 핵심업무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한 곳뿐이다. 금융당국이 혁신을 지체할수록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