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처 칸막이 걷어낸 의료기기 R&D
최근 의료기기 연구개발(R&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세 부처로 나뉘어 진행된 의료기기 R&D사업을 범(汎)부처 차원에서 통합 운영키로 결정하며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초연구, 제품화, 임상 등 주기별로 서로 다른 기관을 통해 이뤄진 지원이 부처의 벽을 넘어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연 3400억달러 규모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분야다. 하지만 우리나라 비중은 1.7%로 매우 낮은 편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의료기기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산업이 고도화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노하우는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한다. 다만 최고의 기술력과 최고의 제품 사이에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기본이 돼야 하는 의료기기산업에서 수요자 니즈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규제 기관과의 호흡이다.

필자가 정부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최종 수요처인 병원을 중심으로 연구와 사업화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 기관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반영된 R&D로 시장성 있는 제품을 만들고, 사업화하기까지 논스톱 지원한다는 것은 의료기기산업에 구한감우(久旱甘雨: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의료기기 수입은 수출보다 많아 3747억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43.5% 늘었다. 의료기기산업 성장률(7.6%)보다 수출 증가율(8.2%)이 높았는데도 무역적자는 커졌다. 이는 일부분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수출 상위 30위 품목 비중은 70%이지만 수입 상위 30위 품목 비중은 35%에 불과했다. 의료기기 제품 전반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지난해부터 수출 상위 품목에 오른 엔디야그레이저수술기가 국산 레이저 의료기기의 기술 경쟁력을 증명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내 의료기기업계에는 필자가 운영하는 원텍을 비롯해 업력이 20년을 넘는 기업이 많다. 일자리 창출과 고성장·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의료기기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