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취재수첩] '정당 해산' 주장 나온 청와대 게시판

“민족화해·평화통일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해산시켜 주세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는 ‘한국당 해산심판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한국당을 해산시켜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날만 17건이 올라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처벌해 달라는 글도 5건이 등록됐다. 홍 대표가 “위장평화쇼” “세 번 속으면 공범” 등의 발언으로 남북한 정상회담 성과를 깎아내리자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최근 1주일 동안 한국당과 관련된 청와대 청원 글은 200여 건이 쇄도했다. 그 가운데 지난 28일 게시된 ‘한국당 해산심판 요청’은 5만70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 글은 “홍준표야말로 국가보안법상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한 것”이라며 “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대와 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8조는 정당 설립의 자유와 함께 법률에 따라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 한해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제소할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12월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이에 근거해 이뤄졌다.

한국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해산돼야 한다는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기본질서’가 정부 방침에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야당 시절인 지난해 1월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방침에 맞서 소속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익에 반하는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민주당을 해산하라’는 과격한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한 정치 원로는 남북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5.7%에 달한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은 뒤 “반대파를 ‘없애야 할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풍토가 한국에도 등장했다”며 “어찌 보면 지금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자칫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짓밟는 ‘신(新)매카시즘’이 출연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그 역시 요즘의 드센 여론을 의식한 듯 기자에게 익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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