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환율 전쟁에 낀 한국
美 금리인상도 실물경제에 악재
선제적 부채 축소·구조조정 필요"

권혁세 < 법무법인 율촌 고문, 前 금융감독원장 >
[분석과 시각]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법

미국과 중국 간 통상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혼란스럽다. 올초만 해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낙관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 전망을 3.7%에서 3.9%로 상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계획도 세계 경제성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

2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폭탄’ 부과와 이에 반발한 국가들의 보복관세 맞대응으로 인해 관련 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증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폭탄에 이어 통상전쟁의 전선을 지식재산권과 기술, 환율 문제로까지 넓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지수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13개월간 평균 140.2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같은 기간 126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자국 내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 공격과 배후 세력으로 의심되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증시와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시진핑, 푸틴과 같은 강대국 스트롱맨들의 통치스타일에 기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 협정보다는 미국의 이익 관철이 용이한 양자 협정 체결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던지는 공세적인 트위터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아니다.

중국의 시진핑과 러시아의 푸틴은 각각 자국 내 절대적 통치기반을 바탕으로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보호무역전쟁으로 지난 10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긴 터널을 벗어나 정상궤도를 향해 달리는 세계 경제 회복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지난주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등 대부분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한결같이 미·중 간 통상분쟁이 교역과 투자를 위축시켜 세계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간 통상·환율전쟁으로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될 수 있다. 또 향후 예정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도 환율 급변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능력을 약화시켜 수출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의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정부 및 민간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감세조치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로 정부부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고 중국도 지난 10년간 세계 민간부채 증가의 4분의 3을 차지할 만큼 민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진행될 미국의 금리 인상은 거품이 낀 글로벌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최근 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4년여 만에 연 3%를 돌파하자 세계 주식시장이 금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증대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때면 신흥국의 자본유출로 금융위기가 종종 발생했다. 지금은 여기에 미국발(發) 보호무역전쟁이란 악재까지 추가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불확실성 시대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또 다가올 고금리 시대에 대비한 선제적인 부채 축소와 구조조정도 필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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