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5세대) 이동통신 황금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통신 3사의 ‘전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다음달 초 5G 주파수 할당공고를 내고 오는 6월 중순께 주파수를 경매할 계획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내년 3월 세계 첫 5G 상용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이뤄지는 5G 프로젝트의 첫 단추다. ‘알짜’ 주파수를 따내려는 각사의 피말리는 수싸움이 예상된다.

[맞짱 토론] 5G 주파수 '최저 입찰가' 적정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5G 주파수 할당계획 공청회’를 열고 6월 5G 주파수 경매에 내놓을 주파수 대역과 최저 입찰가격을 공개했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는 3.5기가헤르츠(㎓) 대역에서 280메가헤르츠(㎒)폭과 28㎓ 대역에서 2400㎒폭 등 총 2680㎒폭을 공급한다.

최저 입찰가격은 3.5㎓ 대역 280㎒폭이 2조6544억원, 28㎓ 대역 2400㎒폭이 6216억원 등 총 3조2760억원이다. 과거 세 차례 주파수 경매와 비교해 역대 최고치다. 이는 경매 시작가격일 뿐 경매가 과열되면 최종 낙찰가격은 4조원 또는 5조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통신사들은 향후 5년간 2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5G 설비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최저 입찰가격을 낮춰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달 초 세계 최초의 5G 주파수 경매를 끝낸 영국의 동일 대역 최저 입찰가격(㎒당 가격)과 비교해도 한국의 5G 주파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산정 기준을 개선해 낸 적정 가격”이라고 반박했다. 공급 대역폭이 많아 절대금액이 높아졌을 뿐 ㎒당 단위가격은 역대 최저라고 설명했다. 국가마다 시장 상황과 경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주파수 가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파수 적정 가격 논란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들어본다.

[찬성] 공급 대역폭 늘어나 총액 상승 당연… 과거 경매 비해 과도한 수준 아니다

효율적 이용·공정경쟁 위한 경매설계에 집중해야


[맞짱 토론] 5G 주파수 '최저 입찰가' 적정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을 공개하고 이동통신사업자, 소비자단체,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주파수를 공급하고 전례 없이 많은 대역폭을 일시에 공급해 5G를 이용한 시장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다만 주파수를 할당받으려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최저 경쟁가격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주파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사업자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과연 사업자들의 문제 제기가 타당한지에는 의문이 든다.

통상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적정 가격이 무엇이냐는 정답이 없다. 그나마 경쟁적인 시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주파수는 다르다. 유일한 공급자인 정부가 몇 년에 한 번 공급하며 수요자는 통신업체로 제한된다. 또 국가별로, 시기별로 주파수 공급과 수요가 매우 상이하고 그 가치도 다르다. 따라서 하나의 기준만으로 최저 경쟁가격을 평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

첫째 공급하는 대역폭이 기존 경매 때보다 증가한 만큼 최저 경쟁가격 총액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경매에서 공급 대역폭은 현재 시장에서 이용 중인 이동통신용 주파수 410㎒폭의 6~7배에 달하는 2680㎒폭이다. 특히 기존 이동통신 대역에 인접한 3.5㎓ 대역은 280㎒폭이다. 280㎒폭의 절반인 140㎒폭을 공급한 2016년 경매에서 최저 경쟁가격 총액은 2조6000억원 수준이었으니 3.5㎓ 대역의 최저 경쟁가격인 2조6544억원이 높다고 볼 수 없다. ㎒ 단위당 가격은 반으로 떨어졌다.

둘째 일부 해외 국가와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자주 언급되는 해외 사례는 최근 끝난 영국의 5G 경매다. 최저 경쟁가격이 매우 낮게 설정됐지만 영국과 한국이 동일한 기준에 따른 비교 대상인지는 의문이다. 영국은 아직 4G 보급률이 50~60%대로 국내보다 상당히 낮고 1인당 모바일 트래픽도 국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보다 국내 주파수의 가치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최저 경쟁가격보다는 전반적인 부담 수준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인데 영국의 매출액 대비 할당 대가 비율은 약 10%로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매출액 대비 할당 대가 비율은 2000년대 1% 수준에 머물다가 LTE부터 증가해 최근 5%에 도달했다. 결국 영국에서 이동통신 시장 매출에 따른 사업자 부담, 주파수의 시장 가치를 고려하면 최저 경쟁가격을 낮게 설정할 만한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세대별 이동통신 할당 대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4G LTE 주파수는 여러 차례에 나눠 공급됐고 그 결과 현재 340㎒폭의 할당 대가 합계는 총 8조9000억원에 달했다. 3G 주파수는 120㎒폭의 할당 대가 합계가 3조7500억원이었다. 5G 주파수는 2680㎒폭을 일시에 공급한다. 최종 할당 대가를 4조3000억원으로 보는 분석이 있듯이 5G 최저 경쟁가격 수준을 고려하면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정부의 이번 5G 주파수 최저 경쟁가격이 높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제는 최저 경쟁가격의 적정성 논쟁보다는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과 사업자 간 공정경쟁 기반 조성을 위한 세부 경매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맞짱 토론] 5G 주파수 '최저 입찰가' 적정한가
[반대] 시설투자 부담 고려 경매가 낮춰야… 높은 비용 소비자 부담될 수도

영국 주파수 경매 최저 입찰가보다 너무 높아


[맞짱 토론] 5G 주파수 '최저 입찰가' 적정한가
차세대 5G 이동통신을 위한 주파수 경매의 최저 입찰가격이 적정한지를 놓고 정부와 업계 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가 제시한 최저 입찰가격 2조6544억원은 최근 비슷한 경매를 진행한 유럽 국가의 주파수 경매 최저 입찰가격(3.5㎓ 대역 280㎒폭)의 30배에서 34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같은 가격 설정은 경매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 경매는 경쟁을 통해 낙찰가를 최고로 높이는 것이 본질이다. 정부가 제시한 최저 입찰가는 이달 초 영국에서 시행한 경매 최종 낙찰가에 준하는 금액으로 자금 사정이 열악한 사업자의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5G는 미래의 통신 인프라이기는 해도 거기에 올려질 새로운 통신 서비스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시장에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또 5G는 4G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후속 투자가 필요하다. 4G는 통신 중계기를 약 70㎞ 간격으로 설치했지만 5G는 300m 간격으로 중계기를 설치해야 한다. 4G 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산업화 이전에 경부고속도로를 착공할 때의 문제와 비슷하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차가 없는데 왜 고속도로를 만드냐는 비판이 많이 있었다. 산업 개발이라는 정책 목표를 가진 정부는 적자를 감수하며 고속도로를 운영할 수 있지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은 적자를 감내할 수 없다.

대규모 시설 투자를 앞둔 통신사들이 주파수 확보부터 과도한 부담을 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투자 여력이 떨어진 통신사들은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5G 융복합 서비스의 사업 수익이 가시화할 때까지 높은 원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인구 밀집 지역에 한해서 아주 제한적이고 점진적으로 시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은 5G 서비스를 조기 정착시켜 글로벌 주도권을 쥐겠다는 5G 국가전략과 낮은 통신비를 유지해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겠다는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먼저 5G 경매의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올해 5G 주파수 경매가 그 정책 목표와 부합하는 잘 기획된 경매 제도라는 것을 통신사는 물론 국민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과도한 주파수 가격 외에 과기정통부가 고심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한국은 2011년 4G를 선도적으로 구현했지만 정작 해외에서 꽃핀 디지털 혁신의 소외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망을 활용한 원격진료나 차량공유 서비스, 핀테크 서비스 분야는 다른 나라에 뒤져 있다. 인프라만 깔고 규제 개혁에 실패한 결과다. 5G 서비스 상용화와 관련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말고 진정한 의미의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규제 개혁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싼 가격에 주파수를 통신사에 넘기고 각종 규제와 시장 개입을 통해 통신사 사업수익을 훼손하는 관치의 악순환도 끊어내야 한다. 최근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층에 월 최고 1만1000원의 통신비를 감면해주기로 결정한 것은 국가가 지급해야 할 복지 비용을 기업에 전가한 사례로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정책이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지양하고 통신사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 이동통신 서비스 질과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쪽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맞짱 토론] 5G 주파수 '최저 입찰가' 적정한가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