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정부기관, 민간기업 등이 함께 참여하는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수소차 충전소 확대를 위한 민·관 협력의 틀이 갖춰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정작 수소차를 떠받칠 충전소 확충은 경쟁국에 크게 뒤처진 상황이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퍼스트 무버’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지만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퍼스트 무버 기업이 생태계 조성이라는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면 더욱 그렇다.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미래 자동차산업의 경쟁을 좌우할 수소차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수소차 보급은 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 충전소 단계에서 나타나는 ‘병목 현상’의 해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논란이 충전소 확충의 발목을 잡아 왔다. 그러는 사이 글로벌 경쟁 양상이 달라졌다. 일본, 미국,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충전소 확충에서도 경쟁국들이 한국을 앞서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중국까지 수소차에 눈을 돌리는 마당이다.

미래차가 대중화에 성공해 거대 산업으로 나타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언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수소차의 제조비용을 낮추는 문제는 기업에 맡겨도 된다. 하지만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은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혁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타이밍’이다.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미래 자동차 선점을 위한 ‘속도 경쟁’에 불을 붙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