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일 ‘핵심기술 공략’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인터넷 안전 정보화 업무’ 회의에서 “정보화를 중화민족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보기술(IT)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도 “핵심 첨단기술 육성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통상공세와 관련이 깊다.

얼마 전 미국은 중국 2위 통신장비 기업 ZTE에 대해 미국 반도체 구매를 금지한 바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도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인 화웨이 제품을 쓰는 자국 업체에 주던 보조금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삭감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미국의 통상공세가 중국의 제조업 패권 전략으로 불리는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한 것임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이미 밝힌 대로다. 미국은 중국의 비교우위가 국가의 직접투자, 비(非)시장경제, 법치 무시에서 비롯된 ‘가짜 비교우위’라며 맹공을 퍼붓는 중이다. 지식재산권 절도, 기술이전 강요, 산업스파이, 높은 관세 및 비관세장벽, 무분별한 보조금, 국부펀드 등이 다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가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중국이 미국의 통상공세에 맞보복을 취하지만, 한편으로 기술력이 최고의 무기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시 주석의 “기술, 산업, 정책에서 역량을 발휘해 제도적 환경을 완비하고, 기초연구와 기술혁신을 연계해 응용기술 장벽을 한번에 돌파해야 한다”는 발언은 ‘기술-산업-통상을 연계한 국가전략’의 주문으로 들린다.

한국은 세탁기, 태양광, 철강,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 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미국의 통상공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허술한 통상외교도 문제지만, 과학기술과 신산업 전략이 통상과 연계되기는커녕 따로 놀기 일쑤다. 여기에 ‘중국 제조 2025’를 눈앞에 두고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미국의 통상공세와 중국의 기술공세에 갇히는 신세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