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을 공격한 의도를 드러냈다. 그제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한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자사주 전량 소각, 순이익의 40~50% 배당, 외국인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다른 외국인 주주들이 선호할 ‘카드’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엘리엇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의 보통주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어치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개편안대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하면 현대차와 기아차 보유지분은 불필요해진다. 이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지주사 전환을 빌미로, 자사주 소각과 고율 배당을 이끌어내려는 게 엘리엇의 속내로 해석되고 있다.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경영권 공격, 2015년 엘리엇의 삼성물산 압박 등처럼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으로 읽힌다.

엘리엇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듣기엔 그럴싸하다. 하지만 경쟁력 운운하면서 순익의 50%를 배당하고, 잉여금을 자사주 소각에 쓰라는 요구는 이율배반이다. 현대차의 배당성향(지난해 26.8%)은 도요타(25.9%), BMW(30.4%)에 비해 낮은 편도 아니다. 이런 헤지펀드와 기업의 장래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정권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재벌개혁과 동의어로 여겨왔다. 하지만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전문경영인 체제, 지주회사 전환, 사외이사 확대도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 주주중시 경영도 기업의 실적과 비전을 통한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추구하는 것이지, 고율 배당이나 지배구조를 이리저리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계가 호소하는 경영권 방어장치는 철저히 외면하고, 국내 간판기업들마저 외국자본의 먹잇감으로 만들 수 있는 규제는 빠짐없이 도입할 태세다. 법무부는 선진국에서 없애는 추세인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의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수시로 종용한다. 재벌 개혁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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