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회사 넥스틸이 자사가 수출하는 유정용 강관에 75.8%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 상무부 반덤핑 관세 연례 재심 최종판정 결과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했다. 미 상무부는 “넥스틸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조사 를 상당히 지연시켰다”고 주장하며 징벌적 과세를 매길 수 있는 ‘불리한 가용정보(AFA)’ 규정을 적용했다. 넥스틸은 “문구 하나를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는 걸 빌미삼아 AFA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때린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 중견기업의 외로운 싸움은 보기에도 안타깝다. 넥스틸 같은 강관 수출 업체 처지에서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25% 추가 관세를 면제받았다고 발표한 게 아무 효과가 없게 됐다. 미 상무부가 부과한 고율 관세를 감안하면 넥스틸은 면제받은 쿼터를 제대로 채우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통상교섭본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취하고 있는 무역구제 조치의 투명성을 높였다”고 했지만, 이 역시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는 게 드러났다. 미 상무부가 한국이 문제를 제기해 온 AFA 규정을 양국 간 협상이 끝나자마자 또 자의적으로 적용했다. 정부가 무엇을 협상한 것인지 기업이 되물어야 할 지경이다.

일종의 행정법원 격인 미 CIT에 제소하는 것 말고 달리 호소할 길이 없는 수출기업으로서는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일 것이다. 설령 미 CIT가 상무부에 시정명령을 내리더라도 완전히 끝난 일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미 상무부가 AFA 규정 등을 이용해 매년 개별 철강재에 반덤핑 관세율을 높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개선장군인 양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한 미국과의 통상협상 결과가 수출 중견기업의 억울함 하나 풀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의미가 없다. 미국의 통상공세가 철강을 넘어 한국이 수출하는 전 품목을 대상으로 번질 조짐이 엿보인다. 제2, 제3의 넥스틸이 속출하지 말란 법도 없다. 미국 정부처럼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세적인 통상외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정부라면 최소한 상대국의 명백히 부당한 무역구제 조치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게 정부가 존재하는 최소한의 이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