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인공지능을 지혜롭게 다루는 방법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정확하게 말해서 나의 실수다. 인간을 과소평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이같이 고백했다. 테슬라 모델3 공장을 완전 무인화·자동화하겠다며 첨단 로봇을 배치했지만 시스템 오류로 인해 공장 전체가 멈춰서는 일이 빈발했고, 인건비는 줄였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던 데다 유지비용도 만만찮았다는 언론의 보도다. 이렇게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가 될 수 있다.

고객 자동 응대 로봇 ‘챗봇’도 마찬가지다. 콜센터 직원의 고객 응대 업무를 100% 자동화하는 방법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를 위해 노력하는 회사가 있다면 머스크의 고백을 되풀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채팅 방식이 아니라 카드 방식의 챗봇을 만들어야 한다. 사용자는 기업이 제공한 객관식 형태의 메뉴를 보고 선택함으로써 기업과 소통한다. 이렇게 하면 콜센터 업무의 30% 정도를 자동화할 수 있다. 나머지 70%는 사람이 해야 하며, 점차 자동화 비율을 7 대 3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항공사 아일랜드에어가 비슷하게 하고 있다. 처음엔 카드봇 형태로 고객과 소통하다가 고객이 질문하면 정확한 응대를 하는 인공지능(AI) 딥러닝 시스템을 가동하고, 이에 대한 확신이 떨어질 때는 사람 직원이 응대하는 것이다.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방식이다.

최근 AI 기업 뷰노는 서울아산병원과 골(骨) 연령을 판독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발표했다. 시스템은 소아 영상을 전공한 영상의학과 펠로보다 판독률이 6.5%포인트 높았고, 영상의학과 2년차 전공의보다는 20%포인트 높은 69.5%의 판독률을 보였다. 그렇다면 의사는 AI로 대체될까. 그렇지 않다. 이 시스템의 도움을 받은 의사의 판독률은 펠로의 경우 AI보다 3%포인트 높아졌고, 2년차 전공의의 경우 AI보다는 못했지만 17%포인트나 판독률이 높아졌다. 또 펠로는 판독시간을 18%, 2년차 전공의는 40% 정도 줄일 수 있었다. AI가 사람보다 잘한다고 해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AI를 도와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AI와 사람의 협업 시스템은 수십 년 전부터 ‘주도권 혼합 시스템(Mixed Initiative System)’이란 개념으로 정립돼 있었다. 필자가 조선소의 생산일정계획 AI 시스템을 개발할 때도 △일정을 생성하는 기능 △자동으로 현황을 반영해 수정하는 기능 △기계가 만든 계획을 사람이 고치는 기능을 결합했다. 건설 공정표 계획 시스템을 만들 때도 AI와 사람이 주도권을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계획을 수립해 나가도록 했다. 사람은 자신의 의도를 기계에 알려주고, 기계는 추론을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완화해야 할 제약조건이 있는지 사람에게 확인하게 한 것이다.

사람이 기계와 주도권을 공유하며 협업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시스템의 성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측시스템의 경우 기계가 내놓은 결과값을 사람이 직접 건드리기보다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 고려 사항을 입력값으로 넣는 것이 일반적으로 성과가 좋고 통계학적으로도 타당하다. 반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접근에 주의가 필요하다. 완전 자율 주행차가 완성되기 이전에 사람과 AI가 협업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AI가 잘할수록 사람들은 AI를 믿게 돼 주의 집중을 덜 하게 된다. 결국 AI가 결정적 실수를 하는 순간에 사람 운전자는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자율주행 자동차회사들에 보조운전자가 전방 주시에 집중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회사들은 전방 주시 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불완전한 AI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넣는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를 다루는 방법은 다양하다. AI 학계가 쌓아온 이론과 현업에서 얻어진 경험을 잘 활용해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