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주택후분양제 도입은 '난센스'
정부가 ‘주택 후(後)분양제’ 로드맵 발표를 예고하면서 분양시장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지금의 ‘선(先)분양 방식’을 바꿔서 준공 무렵(공정률 80%)에 분양하도록 하겠다는 게 요지다. 이렇게 되면 새 아파트 하자 분쟁과 분양권 투기 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주택업계는 10년 전과 똑같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10월, 김현미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 윤곽을 밝혔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공공주택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이후 민간업계에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도입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로는 공공택지 입찰 혜택 제공, 주택도시기금과 분양보증 지원 등이 거론된다.

정부·업계, 앞뒤 안 맞는 주장

이를 토대로 국토부는 ‘주택 후분양제’ 로드맵이 담긴 ‘2차 장기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안’을 내달 고시할 계획이다. 장기주거종합계획은 10년마다 수립하는 주택정책이다. 이번 수정안에는 최근 5년간 달라진 주택시장과 경제·인구 여건 등을 반영하고, 후분양제 도입도 확정지을 방침이다.

후분양제 로드맵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나왔다. 2007년에 분양 허용 공정률을 40%로 적용하고, 이후 2년마다 20%포인트씩 올려 2012년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었다. 2008년 2월 공공택지 아파트에 처음으로 적용됐지만 이후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 주택업계 반대, 정권 교체 등의 변수로 인해 중단됐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공급 업체의 부도 피해, 건축물 하자 분쟁 감소, 분양권 투기 근절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과제는 ‘후분양제 카드’로 해결할 수 없다. 상관관계가 없다. 공사 진척률 80% 정도 때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해서 공급 업체 부도가 줄고, 신규 주택의 하자 발생이 감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자 발생은 건축 시공과 마감 공사에 관련된 사안이다. 시공 과정과 시행사 재정 여건, 건물 하자 보증·시공 보험 의무화 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준공 허가 조건과 검사 강화, 공사 중 감리 강화, 하자·부실공사 관련 보상 및 처벌 강화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분양권 투기 근절 역시 별로 관계가 없다. 분양권 전매는 선진국에서는 구경하기 어렵다. 개념 자체가 없다. 분양권 전매는 소유자가 바뀐다는 것이어서 주택 공급업체와의 계약 파기를 의미한다.

주택 품질 향상 정책이 더 시급

주택업계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후분양을 하면 개발 비용 상승, 분양 가격 인상, 신규 공급 감소, 집값 상승 등의 후유증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10년째 ‘판박이 주장’이다. 후분양이 선분양보다 개발 비용 부담이 늘고, 중소주택업계에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개발 사업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공공분양주택 0.57%, 민간분양 3~7.8%로 예측한다. 이 문제는 신기술 개발, 품질 향상, 금융조달 개선 등을 통해 업계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아파트 분양 방식은 현행 제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선분양·후분양은 주택 수급 상황과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공급자가 결정하면 된다. 집이 남아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후분양은 정착된다. 정부는 후분양보다 ‘분양 관련 소비자 보호 규정 개선’에 더 신경 쓰는 게 좋을 듯싶다.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