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시 청춘이다
필자는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1958년에 태어났다. 영광스럽게도 우리 또래는 한국 현대사의 상징으로 불리곤 한다. 시, 소설, 수필 같은 문학작품은 물론이고 현대무용의 제목에도 사용되는 것을 보면 ‘58년 개띠’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황금개띠의 해라며 떠들썩했던 올해, 1958년생은 ‘회갑’을 맞았다. ‘회갑’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인생을 다시 돌아보기도 하지만, 아직 모임에 막내로 참석하는 경우도 있고 당장 해야 하는 일도 많아서 지나치게 어른 대접을 받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은퇴세대를 ‘실버세대’가 아니라 ‘뉴실버세대’로 부르고 있다.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고령층을 말하는데, 인생의 경험을 사회와 함께 나누고 여가활동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은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20대 인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또 어떤 연구에서는 회사를 오래 다닌 창업가의 벤처 성공률이 젊은 사업가보다 3배나 높았다고 하니, 우리 세대의 활약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며칠 전 직원들과 남산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젊은 직원들은 스마트폰 앱을 쓰면 호출하기 쉽다고 하는데, 나이가 있는 직원들은 콜택시가 더 빠르다고 한다. 또래에 비해 스마트폰의 기능을 잘 쓴다고 생각하던 필자였지만 여전히 전화 호출이 더 익숙했다. 세대에 따라 선택이 엇갈리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제 우리 세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향하는 새로운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만든 삶의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변화’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세월 산업화의 주역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며 수많은 격변기를 멋지게 헤쳐 왔듯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또한 자신 있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한테서도 노동의 대가를 훔친 일 없고, 바가지를 씌워 배부르게 살지 않았으니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살고 있다.’ ‘58년 개띠’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그저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보살피며 뚜벅뚜벅 한걸음씩 걸어와 회갑을 맞았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현대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모두, 다시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