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이나 겨룸의 흐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국면(局面)이다. 본래 局(국)이라는 글자는 사람 또는 시신이 좁은 공간에 갇히거나 억지로 몸을 구부린 상태를 가리켰다고 추정한다. 그로부터 좁은 공간, 억눌림의 뜻을 얻었다고 본다.

공간이나 장소라는 맥락에서 방송국(放送局), 억눌림의 새김에서 국한(局限)이라는 단어들을 떠올리면 좋다. 그로부터 좁은 공간에서 일정한 제한을 두고 벌이는 게임 또는 싸움의 뜻, 나아가 게임이 벌어지는 판이라는 뜻도 함께 얻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두면 대국(對局), 그런 상황을 판국(版局), 다툼의 모양새를 형국(形局), 때가 빚어낸 여러 그림을 시국(時局), 정치인의 싸움 모습을 정국(政局), 어려운 경우를 난국(難局), 커다란 판도를 대국(大局)으로 적는다.

대개는 치열하게 벌어지는 게임이나 다툼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국면’이라고 하면 남과 겨루는 환경의 여러 가지 조건들이 펼쳐져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중국은 게임과 다툼 등을 상정할 때 이 局(국)이라는 글자를 풍부하게 활용한다.

設局(설국)이라고 하면 게임의 상황을 설정하는 일이다. 미리 꾀를 내서 남을 그 게임판으로 이끌어 들이는 행위다. 布局(포국)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틀을 미리 만드는 작업이다. 그를 좇아 들어가는 일이 入局(입국)이다.

“결국에는…”이라고 할 때의 결국은 한자로 結局이다. 다툼이나 경합의 마지막 모양새다. 그런 다툼에서 먼저 떨어지는 일이 出局(출국)이다. 영어 표현으로 옮기면 ‘아웃(out)’인 셈이다. 破局(파국)이라는 말의 우리 용례와 중국의 쓰임이 다르다. 우리는 깨지고 쪼개져 망가지는 경우를 가리키지만 중국에서는 남의 의도와 술수, 권모 등을 깨뜨리고 상대를 꺾는다는 뜻이다. 중국의 좀 더 집요한 싸움 자세와 사고를 그로부터 읽을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벌이는 경합에서 중국이 가세하면서 많은 변수가 덧대졌다.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한·미동맹의 견고한 축을 잘 유지해야 한다. 노련한 모략의 문화를 지닌 중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