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앎'에 대한 고찰
우리는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과 함께 시시각각 생성되고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들은 기존에 통용되던 상식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어떤 대상을 새롭다고 느낄 찰나에 과거의 유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방대한 정보들 사이에서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지가 새로운 기술로 등장할 정도다.

정보의 절대적인 양은 증가했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지식의 질과 깊이는 얕아지고 있다. 이른바 진정한 ‘앎’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식이 줄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앎’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지식에 머물지 않고 지식을 직접 실행함으로써 얻은 경험이 더해져야 하는데, 밀려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실제 경험으로 실행돼 살아 있는 지식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의 메디톡스를 설립할 당시 그때까지 연구해 온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과 향후 성장 계획을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수립했다. 하지만 수없는 반복과 경험을 통해 숙련돼 있던 연구 과정과 달리 실제 허가절차와 직접 생산을 준비하는 과정들은 수많은 변수와 함께 여러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부분이었지만 실행과 반복을 통해 다듬어지는 과정이 부족했다. 결국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보툴리눔 독소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누구보다 ‘앎’을 말할 수 있게 됐고, 계획보다 늦었지만 국산 보툴리눔 독소 제제를 한국 시장에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었다.

미국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바이올린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 간 실력 차이가 1만 시간의 연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1만 시간의 법칙’에서의 1만 시간은 이론을 학습하는 시간보다 실행한 시간에 중점을 둔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안다는 것과 실행이 더해진 ‘앎’은 다르다. 야구이론을 학습해 홈런을 잘 치는 방법을 수백 번 고민한 선수보다 이론을 토대로 직접 타격을 해가며 자신에게 맞는 타격 자세와 스윙법을 찾은 선수가 강타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말이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결과에 대해 확신이 부족하다면 작은 규모로라도 우선 실행해보자. 실행 과정에서 얻어진 값진 경험은 그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