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극진한 대접 '오모테나시'
2020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한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열렸을 때다. 미모의 일본 아나운서가 도쿄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결정적인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희에게는 저희만의 특별한 손님 대접법이 있습니다.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마음가짐)!”

아나운서가 마지막 단어를 한 음절씩 끊어 발음하며 두 손을 공손히 모으는 순간 심사위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로써 일본은 1964년에 이어 두 번째 도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오모테나시’는 일본인의 친절을 상징하는 유행어로 전 세계에 각인됐다.

오모테나시란 접대를 뜻하는 모테나시(持て成し)에 정중한 표현의 접두어 오(お)를 붙인 말이다.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대접한다는 의미로 에도시대의 고급 연회요리인 가이세키(會席)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최고의 맛과 친절로 예우하니 이보다 더한 환대가 없다.

‘오모테나시’를 국가브랜드화한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후 면세점 확대와 전자비자 제도 도입 등 국가적인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도 오모테나시의 덕을 톡톡히 봤다. 나가노는 약 11조원 적자의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적자폭을 줄이고 ‘친절 올림픽’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1997년에 100명도 안 되던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10만 명을 넘었다.

오모테나시 정신은 일본 기업을 키운 원동력 중 하나다. 도요타의 고객 최우선 정책인 ‘1M 서비스’도 그런 예다. 차량 출고 한 달 뒤 소비자에게 연락해 서비스센터로 초청하고 상태를 점검하며 앞으로 받을 서비스까지 성심껏 알려준다.

사토카메라는 한 명의 고객과 5시간까지도 상담하는 친절 프로그램으로 17년 연속 점유율 1위, 4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하루 숙박료가 4980엔(약 4만9000원)에 불과한 슈퍼호텔도 오모테나시 정신으로 고객 만족도 1위를 기록했다.

일본 정치인들은 ‘오모테나시 외교’로 각국 정상을 감동시킨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최고급 와규를 대접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긴자의 초밥집에서 ‘스시 정담’을 나눴다.

최근에는 일손이 모자라 음식점의 서비스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오모테나시 문화는 여전히 일본 사회를 지탱하는 힘의 근원이다. 친절은 어느 나라에서나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우리에게도 버선발로 손님을 맞는 미풍(美風)이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의 환대 덕분에 재방문 의향을 밝힌 외국인 비율이 94%나 된다. 이제라도 ‘K팝’처럼 ‘K친절’을 국가브랜드로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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