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미세먼지 대책, 빗물관리에 답 있다
손녀딸의 노래를 듣다가 “미세먼지 있는데 어디 가세요”라는 가사에 깜짝 놀랐다. 아름다운 동요를 부르는 대신 미세먼지로 세상의 어두운 면부터 이야기하니 안타깝다. 부모들의 가슴은 더욱 아플 것이다. 어린 자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위한 학교 차원의 미세먼지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마스크를 사서 학생들에게 지급한다’, ‘실내에서 운동을 하도록 체육관을 세운다’ 같은 방안들이지만 이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므로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렇게 자란 학생들은 마스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온실 속의 아이로 커서 외국이나 미지의 세계로 나갈 때 적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미세먼지의 발생을 줄이는 일은 못 하겠지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있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먼지가 다시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물과 빗물이 해답이다.

서울대 35동 서쪽에 나팔꽃으로 녹색커튼을 만들어 봤다. 건물의 밑 부분에서 옥상까지 비스듬히 줄을 매어 놓고 그 밑에 나팔꽃을 심었다. 줄을 타고 올라가면서 자란 수없이 많은 이파리가 미세먼지를 잡아주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창문에는 그늘이 생겨 시원하고,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직사광선도 차단해서 실내 분위기가 쾌적해진다. 피고 지는 꽃의 아름다움은 덤이다. 그런 자연환경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친환경적인 마음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주위의 자투리 공간이나 실내에도 식물을 심으면 잎이 미세먼지를 흡착해 준다. 식물을 키울 때 필요한 물은 지붕에서 모은 빗물로 충당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식물이 물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빗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적합하다. 부가적으로 냉방 효과도 있다. 식물의 증발산작용으로 1t의 물이 증발하면서 기화열로 흡수하는 열에너지는 10킬로와트(kW)짜리 거실용 에어컨 10대를 7시간 켠 것과 같다.

학교의 미세먼지 대책을 다목적 빗물관리와 연계하면 시민도 정부도 행복한 지속가능한 해법이 나온다. 학교 건물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홈통으로 운동장 지하에 설치한 빗물저장조에 모은다. 운동장에 물을 뿌리고, 잔디를 키운다든지 나무를 키우는 데 물을 주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공사는 간단하다. 방학 중 2주 이내에 공사를 완료할 수 있다. 지역 일거리도 창출할 수 있다. 2002년에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한 의왕시의 한 학교는 아직도 문제없이 조경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학교에 빗물저장조를 설치해 식물을 키우거나 운동장에 물을 뿌리면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다. 친환경학교 조성과 환경을 위한 교육적 효과도 있다. 여기에 정보기술(IT)을 이용하면 도시 안전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 내 여러 학교에 있는 빗물저장조에 센서를 달아 현재 수위와 물 잔량을 파악하고 있으면 화재 시 소방시설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지역에서 먼지 저감을 위해 뿌리는 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공짜로 모은 빗물을 시나 소방서에 팔아서 얻는 수익금은 학교 재정에 보탤 수 있다.

미세먼지와 환경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환경교육과 정책은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시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