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FAANG의 위기
아무리 좋은 주식도 마냥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우(右)상향하겠지만 그 과정은 끊임없이 새옹지마, 화무십일홍의 연속이다. 최근 세계 증권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FAANG’도 예외가 아니다. 공교롭게 제각기 악재를 만나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주가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혁신의 성장통인지, 위기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FAANG은 미국의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5대 신흥 IT(정보기술)기업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발음이 같은 fang(송곳니)을 연상시킨다. 이들 주가가 뾰족한 송곳니처럼 솟구쳤으니 어울리는 작명이지 싶다. 지난 4년간 FAANG은 180%나 뛰었다.

그 결과 업력이 짧은 넷플릭스를 제외한 4개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지난 1년간 세계 시가총액 톱5 자리를 독점해왔다. 1위인 애플의 시총은 한화로 900조원을 넘나들고, 최근 8위로 밀려난 페이스북(492조원)도 삼성전자(352조원)의 1.5배다. 지난 3주간 FAANG의 시총이 한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 420조원(약 3970억달러)이나 증발했음에도 이 정도다.

하지만 FAANG이 직면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를 필두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아마존의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다 EU(유럽연합)는 미국 IT기업들을 겨냥해 내달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하고, 디지털세(매출의 3%) 도입도 추진 중이다. 세금 부담도 부담이지만, 구글 등의 ‘최종 병기’라고 할 빅데이터 활용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망사고, 테슬라의 전기차 폭발과 파산설, 유튜브(구글 자회사) 본사 총격사건 등이 최근 줄줄이 터졌다. 미국 내에선 혁신에 대한 피로증후군이 고개를 든다. 여론이 기울면 규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월가에서는 “포트폴리오에서 FAANG을 줄일 때”라는 경계론이 점차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해 S&P500지수가 22% 오르는 동안 FAANG은 약 50% 올라 거품이 꼈다는 지적이다. 2000년 ‘닷컴 버블’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들 5개사와 테슬라, 트위터, 엔비디아, 알리바바, 바이두를 합친 10개 종목 주가지수인 ‘FANG+ index’가 지난 4년간 연평균 33.5% 상승해 나스닥보다도 두 배 오른 것을 감안하면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혁신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제자리를 잡기까지 결코 순탄할 수 없다. 1994년 제프 베저스가 자기 집 차고에서 연 인터넷서점이 20년 만에 유통거인 월마트를 제칠 것이라고 예견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난관과 고초 속에서 더 강해지게 마련이다. FAANG이 아픈 만큼 성숙해질지, 진짜 위기의 시작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