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참여연대 출신 먼저 만난 김기식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핀테크 랩’ 개관식. 전날 취임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외부 공식 일정이었다. 그는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나란히 앉았다. 김 원장은 인사말에서 “10분 단위로 보고를 받는 등 업무 파악만으로도 숨이 넘어가지만 여기만은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94년 참여연대 창립 공동발기인으로, 참여연대에서 10년 가까이 함께 일한 돈독한 사이다. 김 원장의 행사 참석도 박 시장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그는 “솔직히 말해 박 시장님 행사가 아니었으면 안 왔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원장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상견례를 위해 자리를 떴다.

이틀 뒤인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11층 회의실. 김 원장이 만난 인사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다. 정 장관이 은행 채용에서의 여성 차별 문제를 논의하자고 요청해 만남이 이뤄졌다. 정 장관 역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참여연대에서 공동대표로 일했다. 김 원장이 취임 후 잇따라 만난 사람들이 최 위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참여연대 출신인 셈이다.

핀테크 행사 참석과 여가부 장관과의 만남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금융권에서 ‘김기식 리스크’라는 말이 돌 정도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한 금융사 임원은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 원장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현안을 논의했다면 우려도 조금은 해소됐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원장은 당분간 금융사 CEO는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1조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설치해 금융산업 선진화와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로 시작한다. 금감원의 설립 목적을 명확히 적어 놨다. 그렇다면 김 원장이 먼저 만나야 하는 사람은 참여연대 출신 인사에 앞서 금융권 관계자가 아닐까. ‘제가 저승사자라는 건 오해’라는 김 원장의 취임 일성에 금융권이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