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코드 인사는 현재진행형
현 정부 출범 초기 인사에 대해 말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인사 5대 원칙까지 스스로 허물며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보은 인사니 코드 인사니 하는 말이 나돌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두 인사를 보면 현 정부 인사에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는 의심이 든다. 하나는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 자리에 응모했다가 정부 내 심사에서 1위를 했지만 결국은 탈락한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주오사카 총영사로 내정된 오태규 전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위원장 경우다.

최 교수가 지난 21일 공개한 청와대 인사검증팀 직원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보면 능력은 있지만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아 탈락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녹취록에는 최 교수의 언론 칼럼과 우파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문제 삼는 대목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청와대 직원 표현을 그대로 빌려 요약하면 “전문성은 있지만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는 후보인지를 가리는 것은 당연한 검증 기준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했다.

오 내정자는 무엇보다도 위안부 합의 TF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일본 지역 총영사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위안부 합의 TF는 두 정부 사이에 있었던 합의의 내용과 절차를 모두 문제 삼았다. TF 발표 이후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를 긴장시키는 최대 현안이 된 상황을 감안하면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이 일부러 자신들을 욕보이려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오사카 총영사로 내정한 것은 현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 사회분과위원을 맡는 등 ‘코드’를 같이했기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인사의 요체는 적재(適材)를 적소(適所)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반대 진영까지 보듬는 탕평인사다. 제한된 인재 풀에서 선택하다 보면 적재를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탕평인사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것이 《한비자》의 외저설(外儲說) 편에 나오는 조무의 고사다. 노 나라의 평공(平公)이 중모라는 전략적 요충지의 수령 자리가 비자 신하 조무에게 “누구를 임명하면 좋겠는가” 물었다. 그러자 조무는 형백자라는 사람을 추천했다. 평공이 이상히 여겨 물었다. “그 사람은 당신의 원수가 아닌가.” 조무가 말했다. “사사로운 일을 공적인 일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평공이 다시 물었다. “재화를 관장하는 장관은 누가 좋겠는가.” 조무가 대답했다. “제 아들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예화를 들어 한비자는 적재라면 “밖으로는 원수라도 피하지 않고 안으로는 자식도 내치지 않는다”(外擧不避讎 內擧不避子·외거불피수 내거불피자)는 인사 원칙을 내놓는다.

비슷한 이야기가 사마천의 《사기열전》에도 나온다. 진(晉)나라 도공(悼公)의 신하로 중군위를 맡고 있던 기해가 고령으로 사직을 청하자 도공은 적합한 후임자를 천거해 달라고 했다. 기해가 해호를 추천하자 도공이 깜짝 놀라며 “해호는 그대의 원수인데 어찌 그를 천거하느냐”고 물었다. 기해는 “전하께서는 적임자를 물으셨지 제 원수를 물으신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공교롭게도 해호가 죽자 도공은 또다시 기해에게 적임자를 천거하라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신의 아들 기오를 추천했다. 도공은 또 놀라면서 “기오는 경의 아들이 아니냐”고 했다. 이에 기해는 “전하께서는 적임자를 물으셨지 제 아들에 대해 물은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두 이야기가 말하는 인사원칙은 동일하다. 능력이 있는 인재라면 반대편일지라도 기용할 수 있어야 하고 측근 인사라도 능력만 있다면 남의 이목이 두려워 굳이 내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적재라면 대통령이 누구를 쓴들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적재가 아닌데도 코드가 맞으니까 쓴다든가 적재임에도 불구하고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내치는 게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이 나라를 위해 진정한 탕평인사를 기대해 본다.

yjlee@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