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드클래스300' 새로운 도약 꿈꾼다
세계 각국이 저성장(뉴노멀)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생산성 혁신을 외치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자국 산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경쟁력은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국방력이나 외교력을 내세울 수도 있고,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얘기할 수도 있다. 또 교육 수준이나 행복 지수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은 세상에 없던 반도체나 생명과학, 우주산업 같은 시장을 창출해냈다. 기업의 기술혁신 결과 인간의 생활양식은 획기적으로 변했으며, 산업화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신기술 관련 일자리는 새롭게 만들어졌다. 또 고용 증대에 따른 실업 감소는 이제 한 국가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인류는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전기 이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 컴퓨터로 자동화 생산과 정보혁명이 가능해진 3차 산업혁명 등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경험했다. 그런데 3차 산업혁명기에 나타난 글로벌 금융위기는 많은 나라를 경악하게 했다. 산업 강국인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변화의 필요성을 직감하고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와 ‘히든챔피언’으로 특징지어지는 360만 개의 중소기업 미텔슈탄트(Mittelstand) 육성책으로 발빠르게 대응했다. 독일은 섬유, 금속가공 등 영국산 대량생산 제품과 저임금에 기반한 신흥국의 저가제품에 대응해 공작기계, 부품소재 등 고품질 고가격의 프리미엄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그 결과 공구 및 자동차부품 기업 보쉬, 주방용 칼의 헨켈, 업소용 식기세척기 분야의 빈터할터 같은 강한 기업을 키워냈다.

우리나라의 ‘월드클래스300’ 기업은 독일의 이런 미텔슈탄트가 롤 모델이 됐다. 정부는 2011년부터 300개의 월드클래스 기업을 발굴·육성한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매출 400억~1조원대 기업으로 △최근 3년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 평균 2% 이상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 15% 이상 △매출 대비 수출액 20% 이상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한 기업을 선발해 R&D 자금을 지원해왔다.

그 결과 7년간 231개 R&D 과제에 4322억원을 지원했으며, 이렇게 개발된 기반기술은 다양한 제품으로 구현돼 어떤 기업은 5년 만에 수출을 약 6배나 증가시키고 고용증가도 300여 명이나 이뤄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 현재 선정된 259개 기업은 매출 45조원, 수출 26조원, 총 고용인원 약 10만 명이란 성과를 냈다.

월드클래스300 사업 2단계를 준비하는 올해는 우리 산업계의 허리를 강화하는 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가 작동하는 역동적인 기업생태계가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의 월드클래스300 기업 정책은 산업 육성의 마중물 측면에서 그 역할이 작지 않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대기업 종속형 부품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해외 직납(直納) 기업으로 재탄생하고, 바이오 화장품 시장에서처럼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것도 이런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월드클래스300 기업은 이제 대한민국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주춧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기둥을 세우고 튼튼한 집을 짓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이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서도 경쟁력 있는 월드클래스300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나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우뚝 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대한민국을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이끌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