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현 정치부 기자 mwise@hankyung.com
[취재수첩] 위헌 논란 휩싸인 대통령 개헌안

청와대는 지난 25일 오후 늦게 ‘법제처 심사의견에 따른 헌법 개정안 일부 조항 수정사항’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자료에는 ‘18세 이상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는 표현이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고,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로 수정돼 있었다. 청와대는 “개정안이 18세 미만 국민에 대한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어 표현을 바꿔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18세 미만’도 법률 개정을 통해 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시대의 요구”라고 했던 선거권 연령 하향 조문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하루 전날 졸속으로 바뀐 셈이다.

청와대 설명과 달리 대통령 개헌안을 근거로 법률상 선거권을 18세 미만으로 개정하면 되레 ‘위헌’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의 상위 개념인 헌법에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고 못박으면서, 18세 미만은 선거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반대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청와대가 헌법에서 규정하는 개헌 절차와 원칙을 외면한 채 대통령비서실 중심으로 개헌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89조에 따르면 헌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무회의 심의 전 대통령 개헌안 내용을 공개했다. 국무위원들이 심도 있는 토의 후 심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개헌안 발의 당일인 26일에야 임시 국무회의가 열렸다. 개헌안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의 전자결재로 재가됐고 국회로 송부됐다. 청와대가 사전에 계획한 그대로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의 지적이나 의견이 개진됐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대통령비서실이 만든 개헌안에 국무위원들이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국 민정수석은 “촛불혁명 정신에 부응하는 국민개헌”이라고 했다. 국민의 염원을 담았다는 개헌안의 내용과 절차가 위헌 논란에 휩싸인 건 유감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